이해찬 출판기념회로 민주당 대동단결? ‘단합 주문’한 문재인
文 “함께 마음 모으면 다시 역사 될 수 있다”…李 “역사 퇴행 않고 이어가도록 노력할 것”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출판기념회에 1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와 사실상 이재명 대표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 박물관 2층 체험관에서 열린 이해찬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출판기념회에 “때론 퇴행의 시간을 겪기도 하지만 역사는 진보해 나간다는 확신을 회고록에서 보여준다. 회고록은 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는 것을 넘어 1970년대 이후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사이자 정당 발전사, 국가 발전사를 담은 소중한 기록”이라며 “회고록이 민주, 복지, 평화의 길을 구하는 모든 분께 지혜를 전하는 필독서가 되길 희망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
그는 이 고문에 대해 “서슬 퍼런 유신 체제와 군사독재에 맞서 치열하게 싸운 민주화운동의 선봉장이었고 개혁적인 유능한 정치인으로서 민주적 대의원 정당의 지도적 위치에서 정치개혁과 정당 발전을 이끄는 중심에 있었다. 강한 추진력과 정책적 역량을 바탕으로 장관과 총리를 역임하면서 민주정부 국정운영 핵심 주역”이라고 소개하면서 “파란만장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삶 속에서 겪은 고뇌와 경험은 우리 모두의 값진 역사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이 고문이 꿈꾸었던 많은 것이 현실이 됐지만 여전히 숙제로 남겨진 미완의 꿈 또한 많이 남았다. 함께 꿈꾸고 마음을 모으면 또다시 역사가 될 수 있다”며 “도도한 강물처럼 많은 물줄기가 만나야 멀리 가고 바다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가슴에 늘 새겨야 한다”고 강조해 친문계와 친이재명계가 결속할 것을 당부한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당장 오는 18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는 등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가운데 문 전 대통령 역시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에 문 정부 시절 고위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요청함에 따라 압박이 높아지다 보니 위기 돌파를 위해 이 같은 ‘내부 결속’ 주문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권성동·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등 지난 16일 여권에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더구나 사법리스크 압박 속에 이 대표 뿐 아니라 민주당 지지율도 흔들리는 중 당초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를 지지했던 친문계 전재수 의원까지 17일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방위산업체 주식 보유로 논란이 된 데 대해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실망스러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공개적으로 직격하는 등 점점 당내 이 대표 리더십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는 점도 문 전 대통령이 출판기념회 축전에 굳이 내부 결속 메시지를 담은 이유로 비쳐지고 있다.
또 이 고문도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지난 대선과 관련 “이재명 후보는 너무 아까운 후보다. 굉장히 좋은 후보였다”며 이 대표를 극찬했는데,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뒤 이 고문의 측근인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를 영입했으나 최근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 구속 기소됨에 따라 이 전 부지사가 설립한 민간단체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에서 지난 2020년부터 이사장직을 맡아온 이 고문으로선 이 같은 위기 상황 속에 한층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표도 이날 이 고문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 직접 참석해 “꿈을 모아서 역사를 만들어오셨고 제가 가장 존경하는 어른”이라며 “지금까지 만들어온 민주주의의 역사가 퇴행하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축사를 했는데, 이 자리에는 이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외에도 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노무현계 인사들까지 함께 해 가히 민주당의 단결을 재확인하는 행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