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80조' 개정, '찬성' 이재명 "야당 침탈 루트 될 수 있어"
개딸들, '이재명 방탄용' 비판에도 개정 요구 이재명 "저 때문에 개정하려는 거 아니야"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야당 탄압 통로 될지도" 박용진 "야당, 도덕적으로 떳떳한 지도부가 되어야" 강훈식 "논의해 볼 수는 있으나 지금 시기는 부적절"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당대표 후보인 이재명 의원이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 논란이 오는 8·28 전당대회의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기류를 흔들 돌발 변수로 작동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개딸 등 강성 지지자들이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민주당 당헌80조'의 개정을 촉구하고 나서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보는 따가운 시선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그간 침묵해 오던 이 의원은 9일 "이걸 개정하려는 것은 저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를 통해 '당헌 80조 개정 요구' 문제에 대해 "기소만으로 (당대표) 직무를 정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정부 여당의 검찰권 남용이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여기서 현재 민주당 당헌 제80조는 당직자가 불법 및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 그의 직무를 즉시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의원의 강성지지자들은 다양한 의혹으로 여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우려한 듯 그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어 기소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당대표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여 개정 요구를 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당권 경쟁 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어쩌다 민주당이 부정부패와 결연하자는 당헌당규 조차도 개정하려는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으나 오히려 이 의원은 "조항 자체가 박 후보가 생각하는 것처럼 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자신과 상관없는 사안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더 나아가 이 의원은 해당 조항에 대해 "여기 내용을 보면 '반드시 정지해야 된다'가 아니다. 부정부패, 뇌물수수, 불법정치자금 수수가 있을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그런데 저는 그런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심지어 이 의원은 "제가 알기론 이게 '바꾸자'라는 당원들의 운동 같은 게 생기기 전에 이미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걸(당헌 80조 개정) 추진했던 걸로 안다. 상당 정도 진척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번 확인해 보시라"고 주장하며 난색을 표했지만, 박 의원도 자신과 상관없다고 부인하는 이 의원의 모습에 다소 당황하며 "저는 모르는 사실이다"고 맞받아쳤다.
더욱이 이 의원은 당헌80조를 두고 "여당일 때는 상관이 없는 조항이지만, 지금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검찰의 지나친 권력 행사가 문제일 때 야당이면 문제일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게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특히 검찰의 야당 탄압 통로가 된다는 측면에서 저는 (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강훈식 후보도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면 하자'는 입장을 말했던 거 같다"고 부연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이 의원을 겨냥 "이 조항은 우리가 야당 때 만들었다. 그리고 도덕적 기준이 여당 됐을 때 다르고 야당 됐을 때 다르다는 건 또 다른 내로남불에 휩싸일 수 있다"면서 "민주당은 자기 편의대로 한다는 이런 논란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박 의원은 "많은 언론과 국민들이 이재명 후보 때문에 이러나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고, 특히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부도덕한 정부, 문제 있는 정부라고 지적하려면 스스로도 도덕적이고 정치적으로 떳떳한 지도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또 다른 경쟁주자인 강훈식 의원은 "사실은 이 논의가 지금 이재명 후보를 '가리킨다, 안 가리킨다'는 본질을 좀 떠나서 이 논의가 어쨌든 당원들로부터 문제 제기가 되었다면 우리가 논의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이 의원을 두둔해 주면서도 "다만 (개정을 논의하는) 시기가 좀 적절치 않다"고 비판하여 사실상 '이재명 방탄용'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박 의원과 결을 같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