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한동훈 명예훼손’ 1심서 벌금 500만원형 선고 받아
재판부 “한동훈, 국민에 직권 남용한 검사로 인식돼 고통 받았을 것”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9일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대한 명예 훼손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정철민 판사는 이날 유 전 이사장 재판에서 “피고인은 100만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로서 우리 사회 여론 형성에 상당히 기여할 수밖에 없다. 검찰에서 수차례 해명했음에도 조국 전 장관과 가족의 검찰 수사를 비판한 자신의 계좌를 들여다봤다고 주장해 여론 형성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피해자는 국민들에게 목적을 위해 직권남용한 검사로 인식돼 상당한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앞서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019년 12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 은행 계좌를 들여다본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으며 이듬해 7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도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 강력부 쪽에서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발언하는 등 거듭 검찰에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가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가 허위사실로 한 장관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발했고 지난해 5월 검찰이 기소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미 재판을 예상한 듯 유 전 이사장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1월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란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올렸으나 정작 첫 재판 때는 “한동훈 개인이 아닌 검찰권 남용에 대한 비판 발언”이라고 온도차 있는 입장을 내놓는 등 그간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여 왔다.
심지어 검찰 구형을 앞둔 최후 진술에선 “한 검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름을 언급한 게 징역 1년 살아야 할 범죄인가. 처벌받아도 어쩔 수 없지만 제가 한 일에 대해 후회 없다”란 반응까지 보였는데, 유 전 이사장의 이 같은 진정성 없는 태도 때문인지 한 장관은 지난 1월 법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2년 반 전에 조국 수사가 시작됐을 때 유시민 씨가 갑자기 내가 자신의 계좌를 추적했다는 황당한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고 거짓말은 1년 넘게 이어졌다. 마치 무슨 짓을 해도 자기들은 수사하면 안 되는 초헌법적 특권 계급인 양 행동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검찰도 지난 4월 “피고인은 피해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켜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 신뢰에 영향을 미쳤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는데, 다만 1심 재판부는 9일 “피고인도 당시 언론 보도나 녹취록을 통해 뒷조사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 개인은 아니지만 사과문을 게시해 어느 정도 명예는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형이 아니라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유 전 이사장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면서도 오히려 “한동훈씨가 저한테 먼저 사과해야 한다. 이동재 전 기자의 비윤리적인 취재 행위를 방조하는 듯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인간적인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끝까지 한 장관을 탓하는 모습만 보였는데, 앞서 지난해 3월 한 장관이 유 전 이사장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던 만큼 이번 1심의 유죄 선고가 다른 재판 결과에도 영향이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