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고립 자초?, 불쑥 꺼낸 당쇄신론에 민주당 쑥대밭
朴이 쏘아 올린 '586 용퇴·팬덤정치 청산', 당지도부는 '부글부글' 박지현 "민주당, 제식구 감싸기 온정주의 너무 심해...반성 해야"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막판 지지율 상승에 '20·30세대 여성 표심'을 결집시켜 민주당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민주당의 떠오르는 불꽃'으로 급부상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쇄신론'을 꺼내 들었다가 되려 당으로 외면 받아 '고립'을 자초한 모습이다.
◆ 조응천 "박지현에 공감하지만, 형식과 절차는 부적절...안타까워"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박 공동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당쇄신론 차원에서 꺼내든 '586 용퇴론'과 '팬덤정치 청산'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박 위원장의 발언들에 대해) 대부분 공감하지만,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가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박 위원장의 발표내용은) 제가 평소에 얘기하던 것들과 궤를 같이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고 공감을 표하면서도 "그러나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대화 장소나 형식, 절차 이런 것이 맞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지금) 지방권력을 두고 백척간두에서 싸우고 있는 전시상황"이라면서 "(보통) 이럴 때는 전부 다 한 몸이 돼서 싸워야 하는데, 도중에 '누구는 나가라' 이렇게 하면 사실 힘이 빠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사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여당 쪽에서는 그 틈을 파고들고 분열을 꾀하는 이런 빌미를 준 것이며, 더욱이 우리 당 지지층에서도 박 위원장을 공격하고 있어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박 위원장은 당내에서 충분히 구성원들과 논의하고 동의를 구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노력을 미리 했어야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는 "만약 비대위가 계속 열려서 제가 옆에 함께 있었더라면 그런 것들 조금 더 조언을 했을 것이고, 또 만약에 어제와 같은 (당 지도부가 박 위원장에게 고성과 질타로 설전이 벌어지는) 그런 파열음이 사실이었다면 일단은 중재를 했을 것"이라고 한탄하면서 "그렇지만 (박 위원장의 발언과 행동들이) 비록 설익었더라도 대의에 맞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저는 그 자리에서) 박 위원장 편을 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즉, 이는 박 위원장이 당 지도부의 대표 자격으로 있기는 하지만 나이가 어린 젊은 정치인이기에 그가 당내에서 기득권 세력들에게 흔들리지 않고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를 지지해 줄 우군 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 고립 분위기, 박지현 "끝이 보이지 않는 광야에 홀로 서 있는 느낌" 호소
실제로 전날 박 공동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저를 향한 광기어린 막말이 아니었다. 그 광기에 익숙해져버린, 아무도 맞서려 하지 않는 우리 당의 모습"이라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광야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더욱이 박 위원장은 "우리당이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는 외침은, 우리가 사람답게 안전하게 살아야 한다는 절규인 것"이라면서 "(그런데 당 지도부를 비롯해 강성 지지층에서는 최강욱 의원의) 성폭력을 징계하겠다는 저에게 쏟아지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지지자들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의) 제식구 감싸기와 온정주의는 그들보다 오히려 더 강한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적어도 우리가 '민주당'이라면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지켜내야 하는데, 가해자 편을 드는 이들은 오히려 진실을 밝히는 일을 '내부총질'이라 폄하하고, 피해자에게는 무차별적인 2차 가해를 했다"면서 민주당의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상황임을 거듭 강조했다.
◆ 권성동 "민주당, 박지현 영웅 대접하더니 지금은 토사구팽"
한편 같은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박 공동비대위원장이 선거를 앞두고 대국민사과에 나서면서 '586 용퇴론'·'팬덤정치 청산' 등을 골자로 한 '당쇄신론'을 꺼내 들어 당 지도부와 갈등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민주당은 대선 직전에 2030여성 표 좀 얻어보려는 심산으로 박 위원장을 영입했는데, 그때는 (박 공동비대위원장을) 영웅 대접을 하더니 지금은 토사구팽하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더해 권 원내대표는 "박 위원장이 주장한 86세대 용퇴론과 팬덤 정치 극복은 이미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되었던 것으로, 민주당 주류가 새겨들어야 하는 지적인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말로는 혁신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내부의 문제 제기마저 틀어막는 이중적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은) 전날은 박 위원장을 내세워 대리 '읍소'를 시키더니 다음 날에는 박 위원장에게 고성을 터트리며 반발하고 있는데, 이것이 여성과 청년을 위한다고 외쳤던 민주당의 본 모습"이라면서 "과연 누가 청년과 여성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나. 과연 누가 소수자를 혐오하는 정치를 하고 있나. 민주당은 책임 있는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펼쳤다.
◆ 진중권 "이재명이 부진해서 문제인데, 박지현이 희생양 될 것 같은 느낌"
뿐만 아니라 같은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에 바로 반성해야 했는데 민주당은 그게 아니라 오히려 '검수완박'을 더 강하게 밀고 나갔고, 박완주 의원 등의 성추행 사건이 또 발생했고, 의원 18명이 서명하는 등 최강욱 의원 지키기를 하고, 이재명 후보도 개딸 얘기하면서 팬덤정치를 말하는 등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면서 "(그래서 박 공동비대위원장이) 이런 상태로 가면 어차피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기에 '내가 승부수를 하나 던져야 겠다'고 해서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심지어 진 전 교수는 "(그런데 지금 위기로 보여지는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이재명의 부진"이라고 꼬집으면서 민주당의 지도부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당쇄신론 등을 꺼내든 박 공동비대위원장을 질타하는 상황에 대해 황당해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급기야 "(아무래도)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사실 진두지휘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책임을 지워야 하는데, 민주당은 절대 '이분'에게 책임을 지울 수가 없을 것"이라면서 "(결국 민주당은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그 책임을 누구한테 지우겠는가. 제일 만만한 게 박지현이다. 결국 (박 공동비대위원장이) 희생양이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