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경제단체 만나 “기업 방해요소 제거”
尹 “기업 성장하는 게 경제성장”…재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호소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전국경제인연합을 비롯한 경제6단체장들과 만나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공언해 대체로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재계엔 상대적으로 홀대했던 문재인 대통령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선인 집무실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6단체장들과 도시락 오찬 회동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기업이 더 자유롭게 판단하고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해나가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학적으로 소득이 올라가는 게 경제성장인데 결국 기업이 성장하는 것”이라며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 경제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고 역설했고,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어 뒤에서 도와드리고 기업이 앞장서서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투자도 하는 등 기업이 커 가는 것이 나라가 커 가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 당선인은 “(기업에) 방해 요소가 어떤 것인지 많이 느끼고 아실 테니 앞으로 그런 것들을 조언해 달라”고 당부했는데, 이에 이들 경제단체장들은 윤 당선인의 기업 규제 완화 방침을 환영하는 한편 노동개혁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을 요청했다.
먼저 손 회장은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법으로 기업인의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다. 중대재해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대신 재해 예방 활동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노동법이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 노동개혁이 이뤄져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기업 규제가 너무 많은데 기업활동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허 회장 역시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중대재해법은 글로벌 기준에 맞춰 보완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으며 김 회장도 “중소기업이 하청을 맡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은 실질적으로 대기업에 해당되는 것은 미미하다. 이 부분 때문에 지난 정부 동안 중소기업이 가장 고통받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정말 개선돼야 한다”고 중대재해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구 회장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수출입 물류 지원과 정부·산업계가 연계한 통상 협력이 필요하다. 기업 개별 대응이 어려운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정부가 각별히 관심 갖고 국가정책적 관점에서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고, 최 회장도 민관 협동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정책 재원 낭비 없이 경제 안보 문제, 지역경제 살리는 것, 국가 전략 산업을 다 같이 연계해서 발전시키면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 같은 주문에 김은혜 대변인이 같은 날 오후 밝힌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그간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기업하기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다. 새 정부는 여러분들이 힘들어 했던 부분들을 상식에 맞춰 바꾸어나갈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성장은 경제적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이루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차근차근 비상식적인 부분들을 정상화해 나가겠다. 저와 언제든 통화하실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기업인들과의 핫라인 구축까지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앞서 문 대통령은 경제단체들에 유독 홀대하는 모습을 보여 왔었는데, 재계 연중 최대 축제인 ‘상공의 날 기념식’에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전임 대통령들이 취임 첫 해에 참석해온 반면 문 대통령은 집권 4년차인 지난해 3월 31일에야 처음으로 ‘상공의 날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하는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는 올해까지 임기 5년 내내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는 첫 대통령이란 기록까지 남겼고 특히 전경련에 대해선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재단 등 설립 과정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문 정부에선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청와대 신년회 등에서 배제하는 등 철저히 소외시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전경련까지 포함해 여러 경제단체들의 목소리에 취임 전부터 귀를 기울이며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윤 당선인의 이번 행보는 문 정부 기조나 경제정책과는 분명히 결을 달리 할 것으로 전망돼 벌써부터 재계의 기대 어린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데, 다만 취임해도 여소야대 국면이 유지되는 만큼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인 재계에서 요청한 법안 수정 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