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확진자 외출시간 늦춰…野 “투표 포기시키나”
확진자 외출 20분 늦춘 선관위 향해 김기현 “한 시간만으로 참정권 보장 받을 수 있나”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방역당국이 오는 9일 있을 대선 투표를 위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의 외출을 당초 선거당일 오후 5시 30분보다 20분 더 늦춘 5시 50분부터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야당인 국민의힘에선 투표를 포기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나섰다.
원칙상 선거 당일 확진자와 격리자의 투표시간은 일반 유권자의 투표가 끝나는 저녁 6시부터 7시 반까지인데, 비확진자의 투표 마감이 지연될 경우를 감안해 확진자, 격리자가 장시간 대기하지 않게끔 외출 가능 시간대를 조정했으며 농촌이나 산촌, 어촌에 거주하는 교통약자의 경우엔 기존 지침대로 오후 5시 반부터 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비확진자 투표가 길어질 경우 확진·격리자들이 밖에 추위에 떨며 대기해야 하는 시간도 길어진다는 지적이 사전투표 이후 나오면서 내놓은 대책으로 비쳐지는데, 질병관리청도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반 선거인과 확진자의 동선분리 및 격리자 등의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 변경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전투표 당시 선거관리 부실로 중앙선관위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된 만큼 제1야당에선 의심 어린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소중한 주권을 라면박스에 내팽개친 노정희의 선관위가 이번엔 본투표하는 날 확진자에 대한 투표 외출 허용시각을 당초 오후 5시 30분에서 5시 50분으로 늦출 방침이라고 한다. 그렇잖아도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관리로 인해 확진 유권자의 사전 투표권 행사에 엄청난 제약을 준 마당에 선관위가 또다시 본투표권 행사에 더 큰 제약을 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본투표날 투표해야 할 확진자 수가 수백만명에 이를 경우 겨우 단 한시간의 투표 시간만으로 국민의 소중한 참정권이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나. 혹여 투표 외출허용시각을 최대한 늦추어 확진자의 투표 포기, 투표 장애를 유도해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아주 고약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며 “선관위는 비확진 유권자들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확진자의 장시간 대기를 방지하기 위해 정했다고 하지만 어떤 이유를 끌어다 댄다 해도 이런 식의 국민주권 행사 제약은 있을 수 없는 폭거”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제가 그토록 확진자의 투표시간을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최소 3시간은 보장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이를 반대했던 선관위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 때문에 투표시간을 충분히 부여받지 못하는 반헌법적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 정권의 정치방역, 무능방역 때문에 억울한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도리어 불이익이라니 확진자가 죄인인가. 확진 유권자가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별도의 대기장소를 충분히 확보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지 확진자 투표외출 허용시각을 늦추는 방식으론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김 원내대표는 “가뜩이나 짧은 투표시간인데 단 1분의 시간도 허비되어선 안 된다”며 “선관위와 방역당국은 기존의 투표 외출 허용시각을 5시50분으로 바꾸려는 행정편의적이고 반헌법적인 투표 침해 행위를 당장 철회하고 보다 실효적인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촉구했는데, 이외에 국민의힘에선 사전투표를 하러 투표소를 찾았다가 투표시간 지체를 이유로 선관위가 대기행렬에서 유권자의 신분증을 한 번에 걷어갔다가 거센 항의를 받는 사태가 발생해 결국 투표가 불발됐는데도 이미 본인확인서까지 작성해 투표용지가 출력된 경우엔 본투표 참여를 제한한 점도 지적하고 나섰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신분 확인만 했다는 이유로 투표권이 강탈당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투표장 입장이 참정권’으로 대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선관위가 무능과 준비 부족을 드러내 사전투표를 포기하게 해놓고 유권자들의 신성한 투표권을 마음대로 빼앗겠다는 발상”이라고 선관위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한편 이 같은 지적 속에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가지고 “미흡한 준비로 혼란과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결국 고개를 숙였는데, 다만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에 대해선 “내일 오후 6시부터 7시30분까지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 일반 유권자와 같은 방법으로 투표할 수 있다”고만 밝혔을 뿐 야권에서 주문한 데 대한 답변이나 본인의 거취 표명에 대한 언급도 없이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