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나선 후보들, 이재명 ‘서울’·윤석열 ‘부산’ 왜?
李 “촛불 들고 광화문 모인 국민 생각”…尹 “부산 남구청 쪽, 20년 전 제가 살던 동네”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20대 대선 사전투표 첫 날인 4일 전국 3552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직접 투표를 해 왜 이 지역에서 투표한 것인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는데, 당초 강원 속초에서 투표할 예정이었던 그는 갑작스러운 악재인 야권 단일화 여파를 우선 진화하고자 중도층, 부동층에 어필할 수 있으며 촛불 민심의 상징이기도 한 광화문에서 투표를 하기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광화문에서 가장 가까운 투표소인 소공동 주민센터를 택하게 됐고 투표 직후 이 후보도 촛불민심을 바탕으로 승리했던 지난 대선을 의식한 듯 “촛불을 들고 광화문과 시청 앞에 모이셨던 수많은 국민을 생각했다”고 발언했는데, 비단 중도·부동층 뿐 아니라 민주당 정권의 부동산 정책 때문에 그간 돌아섰던 서울 민심을 다잡아야 된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앞서 지난 2일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서울지역에 거주하는 부동층, 특히 중도 부동층, 진보 부동층 이쪽에 집중적으로 호소드리고 있다. 사전투표 포기하시는 경우엔 지지하는 후보가 없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라며 “1%, 2% 이내에서 승부날 것 같은데 결국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 그 진영이 결집력이 누가 더 강하냐 이쪽이 판세의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그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서울에서 약 4~5% 정도 뒤지고 있다고 평가하는데 서울에서 이기면 이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발언했을 만큼 민주당은 서울 표심을 잡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선지 사전투표 후 이 후보는 이날 강원도 유세를 위해 홍천과 춘천을 찾으면서도 경기 남양주를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와 광진구와 강동구 등 경기 북부 및 서울 동부권 유세에도 나설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와 경쟁 중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반대로 제2도시인 부산에서 남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윤 후보는 투표 이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부산에서 사전투표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오늘 일정이 부산 쪽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답한 뒤 “대연동에 있는 남구청 투표소는 제가 20여년 전에 부산에 (검사로) 근무할 때 살던 동네여서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윤 후보가 부산에서 사전투표에 나선 것은 부산·경남에선 이 후보와의 격차를 대구·경북만큼 크게 벌리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이 후보가 선전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이를 견제하고자 이날 사하구·사상구·구포시장 유세를 시작으로 부산 유세에 나선 그는 민주당을 겨냥한 듯 “부산이 재미없고 초라하다는 후보도 있는데 그런 사람이 나와서 찍어달라고 할 수 있나. 일본하면 도쿄, 오사카를 외국인들이 떠올리듯 한국하면 서울, 부산 떠올리도록 이 부산이 엄청나게 발전해야 되고 부산이 서울만 해야 대구와 광주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80~90년대로 넘어가면서 서울과 부산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했는데 그거 하나만으로 안 된다. 부산을 아시아 최고의 해양도시로 키울 것”이라며 “외국 사람이 부산에서 돈 벌고 가게 만들어 줘야, 그래야 여러분도 더 잘 살고 수입 좋아질 것”이라고 외자 유치도 필요성도 함께 역설했다.
다만 두 후보의 배우자는 모두 그간의 여러 의혹과 논란 탓인지 이날 투표소에 함께 등장하지 않았는데, 윤 후보 부인인 김건희씨는 경호원, 대변인 등과 이날 오전 자신의 자택 인근인 서울 서초1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으며 이 후보 부인인 김혜경씨도 이 후보와 함께 하지 않은 채 비공개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배우자와 함께 하지 못하는 두 후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선 완주를 외쳐온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같은 날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민센터에서 남편 이승배, 아들 이우균씨와 함께 가족 모두 함께 사전투표를 해 대조를 이뤘고 문재인 대통령도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이날 종로구에 있는 삼청동 주민센터를 찾아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