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양자냐 vs 다자냐' 토론 기싸움 치열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국민의힘 TV토론 실무협상단이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방송 3사 주관 4자 토론을 2월 3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단, 1월 31일 오후 7시부터 9시 사이 윤석열 후보와의 양자 토론을 수용하라"고 조건을 달며 양자토론을 압박하고 나섰다.

성일종 TV토론 협상단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후보는 횟수에 제한 없는 양자 토론을 제안한다. 또한 4자 토론에도 적극 임하겠다"면서 1월 31일에 양자토론을, 그리고 3일 후인 2월 3일에는 4자토론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협상단은 "코로나 상황에서 토론이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선거 방식"이라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국민을 섬기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서 드리는 제안이다.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국민을 대신해서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더욱이 국민의힘 측은 양자토론을 성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대선후보 4자 TV토론 실무협상 회의에 불참을 통보하기도 했는데, 성 단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이재명 후보가 여러 차례 일대일 토론 제안을 먼저 한 것이고 양당 간에 합의를 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4자토론이라는 커튼 뒤에 숨어서 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즉, 성 단장은 이 후보가 윤 후보와의 양자토론을 회피하려고 한 것이라고 강하게 의심하는 눈치였다.

사실 양자토론은 지난해 11월에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일대일 회동을 요청하면서 '맞짱 토론'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윤 후보측은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면서 제안을 계속 거부해 오다가 이 후보가 '대장동 주제의 토론이라도 받겠다'고 도발하여 윤 후보 측에서는 '대장동 특검'이 지연되며 사실상 선거 전까지는 힘든 상황임을 직감하면서 '양자토론'의 합의에 이르게 됐었다.

다만 그 후 이 후보는 양자토론에서 대장동 비리 의혹 등 이 후보에게 강한 압박과 공격이 가해질 기미를 보이자 최근 '네거티브 중단 선언'을 외치면서 윤 후보를 향해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성격의 공격을 하지 말아 달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방송금지 가처분 금지 소송을 걸며 양자토론은 무산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다만 국민의힘 측은 선거 전략상 표층이 두터운 이재명 후보 측을 공격하여 여권과 중도층의 표심을 얻어야 하기에 이 후보와의 양자토론은 피할 수 없는 전투라고 보고 있는 분위기가 강해 보인다. 

실제로 성 단장은 "양자토론은 꽃이다. 양자토론을 해야 물을 걸 묻고 충분히 대답할 수 있다"며 "이 후보에 대해 많은 의혹, 문제제기된 걸 슬그머니 넘어가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의당과 정의당 측에서는 씁쓸해 하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윤 후보에게 '토론 회피 프레임 씌우기'에 가세하며 이 후보 측과 결을 함께 했다. 심지어 이들은 황금시간인 31일 오후 7~9시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측을 향해 무속 공격을 가하기도 하는 상황이었다. 이는 가족들이 모이는 설 명절의 민심이 대선판에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기에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도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읽힌다. 

특히 국민의힘 측은 공직선거법을 언급하며 법정 공식 대선후보 4자토론은 오는 2월 21일과 26일, 3월 2일 등 3번의 토론을 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자토론을 할 기회가 없는 것이지 4자 토론의 기회는 충분히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민주당이 '양자토론' 회피하려는 비겁함을 보인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에 더해 윤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벤처·ICT 혁신 전략 토론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후보와 여러 차례 양자토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질문할 것도 많다. 4자는 협의가 되는대로 할 것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