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취록, 상황 반전된 與野
김건희 공격용이라더니...MBC 향해 공수 바뀐 여야 쥴리설·동거설 등 의혹 한방에 날린 김건희, 호평도 나와 이준석, MBC 겨냥 "김건희 발언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당황하는 여권...뜬끔없이 '최순실 프레임' 엮기로 전환 서울의소리 측 "괜히 MBC 측에 줬다, 김건희 화술 대단해"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치열한 상황에서 전날밤 예고됐던 '김건희 7시간 통화'가 공개되면서 여야의 공수가 급전환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밤(16일) MBC '스트레이트'는 김씨와 친여 성향의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이명수씨와의 52차례에 걸쳐 수집된 전화 통화내용을 바탕으로 집중 방송에서 다뤘다.
다만 김씨에 대한 정치공세를 목적으로 한 의도된 접근이었기에 국민의힘 측은 '비열하고 악질의 정치공작 행위'이라면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등 강한 법적 대응에 나섰었으나, 법원은 김건희씨를 '공적 인물 해당'으로 보면서 일부 공개를 허용하며 방송이 전파됐다.
방송에서 김씨는 쥴리설에는 "나는 나이트클럽도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며, 나는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그런 시간에 차라리 책 읽고 도사들하고 같이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 하는 걸 좋아한다. 나는 쥴리 한 적이 없으니 (쥴리 공격할수록) 계속 오류가 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모 검사와 동거설에는 "내가 뭐가 아쉬워서 동거하겠나. 그것도 부인 있는 유부남하고"라고 반론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기간에는 이씨에게 윤 후보 말고 경쟁 후보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해봐라"면서 외조하는 모습도 보여주어 정치적 판단력 또한 갖춘 모습도 보여 줬으며 그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언급하면서 '정치권 미투'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특히 김씨는 "(남편이) 총장 되고 대통령 후보 될 줄 꿈이나 상상했겠나"라면서 "이건 문재인 정권이 키워준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조국사태에 대해서도 "조국 수사는 그렇게 크게 펼칠 일이 아니었다"면서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라면서 여권 내 권력 암투를 폭로하기도 했다.
한편 방송이 나간 이후 여야의 상황은 공수가 뒤바뀐 듯한 모습이 펼쳐졌는데, 먼저 방송을 시청한 직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건희씨에 대한) 어떤 부분이 문제 되는지를 (MBC는) 더 명확하게 지적했으면 하는 생각"이라면서 "다음 주에도 MBC에서 보도예정이라고 하니, 다음 주에는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떤 이유로 문제되는지도 언론사의 관점을 실어 보도하면 시청자의 이해가 더 쉬울 것 같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 본인이 가진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며 "특히 보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여러 사안이나 인물에 대해서 편하게 평가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선거과정에서 가족만큼 후보자를 생각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없기에 모든 단위의 선거에서 가족의 역할은 중요하다"면서 "후보자의 배우자가 본인에게 과도한 의혹을 제기하는 매체들에 대해서 지적하고,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고, 캠프를 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은 한껏 방송을 기대하던 눈치였다가 정작 방송 이후에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엿보이면서 공수가 전환된 느낌까지 풍겼다. 특히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방송 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왜 이리 시간이 안 가지. MBC 본방 대기. 본방 사수"라면서 방송 홍보에 나섰으며, 고민정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오랜만에 본방사수해야 할 방송이 생겼다"고 한껏 고무된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러다가 방송 직후에 민주당은 공식 논평은 내지 않고 '최순실'을 언급하면서 '최순실 프레임' 공격 전략으로 바꾼 듯한 양상이 눈에 띄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후보를 커튼 뒤에서 은근히 조종하는 김건희씨가 마구 내지르는 최순실에 비해 훨씬 영악하다"고 비판했으며, 정청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시청소감이라면서 "최순실의 컴백인가"라고 저격하고 나섰다. 더욱이 현근택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최순실의 기시감이 든다"며 "최순실 시즌2"라고 공세를 가했다.
다만 일단 김건희씨의 MBC방송의 시청자 댓글에는 MBC와 여권을 향해 '비겁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역풍이 일고 있는 듯한 양상이었으며, 시청자들은 이재명 후보와 그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방송도 공정하게 해달라는 요청도 쏟아졌고, 오히려 김건희씨에 대해서는 '생각외로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당당한 여성이었다'면서 호평의 목소리도 나왔다. 더욱이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쥴리설'과 '동거설' 등의 의혹도 해소가 되는 방송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더욱이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음파일'을 MBC에 제공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의 백은종 대표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상당히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제가 보기에는 전체 맥락이 잘 전달된 게 아니라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며 "(녹취 파일을) 괜히 MBC 측에 줬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즉, 백 대표는 자신들이 힘들게 모은 '김건희 공격용 소재 녹취록'을 MBC측이 제대로 활용 못했다는 얘기이다.
백 대표는 "(MBC의 방송내용이) 의아하다"면서 "녹취록을 부분 공개한 걸 보면 중요 대목들을 빼고 한 부분들은 왜 그랬는지, 그게 뭐 법원의 판결 때문에 그랬는지, MBC가 어떤 의도가 있어서 그랬는지 그렇다(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진실이 잘 의도된 대로 전달되도록 공개 할 예정"이라면서 "저희도 충분히 SNS·유튜브를 통해서 보도할 방법들이 있다. 분량이 굉장히 많으니까 차후에 천천히 보도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특히 백 대표는 김건희씨에 대해 "저 사람이 '진실인 것 같다'는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마법이 있었다"며 "'야, 화술이 대단하다. 이분하고 대화를 하면 누구나 빨려 들어갈수밖에 없겠구나' 이런 생각을 들게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