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내는 이낙연·홍준표, 이유는?
李 “후보와 결 다른 얘기할 수 있어”…洪 “난 尹 가족비리 쉴드 칠 자신 없어”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뼈 있는’ 발언을 내놔 그 의미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장기간 잠행을 이어오다 지난 23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만나 선대위에 국가비전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한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와의 오찬 회동 당시 “앞으로 제가 활동 과정에서 때로 후보, 당과 좀 결이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원팀’ 기조를 분명히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굳이 이 같은 발언을 왜 한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간 회동 장소엔 수십명의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가 도착하기도 전에 ‘민주당이 살 길은 후보 교체’, ‘사사오입 철회하라’, ‘우주최고 이낙연’ 등의 문구가 써있는 손 팻말을 들고 몰려와 “이재명은 사퇴하라”, “후보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정진욱 민주당 대변인이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 이러려고 오셨나”라고 묻자 “네”라고 맞받아친 것은 물론 이 후보가 현장에 도착하자 “전과 4범”이라고 외쳤고, 이 후보보다 늦게 도착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지지자인 이들에게 90도 인사를 한 뒤 오찬 장소로 입장했다.
심지어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와의 회동이 진행되는 내내 자신의 지지자들이 ‘이재명 사퇴’ 등의 구호를 외쳤음에도 회동 이후 이들에게 자제를 요청하거나 지적하기는커녕 일정을 마치고 차량으로 돌아가는 길에 ‘후보 교체’ 팻말을 든 이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모습을 보여 표면상 이 후보를 돕기론 했으나 아직 경선 갈등의 앙금이 남아있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이낙연 대선후보 캠프 출신인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지금 바로 후보교체의 거대한 변동이 요청된다. 시간이 별로 없다. 대선후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 후보를 내리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새로운 대선후보를 신속하게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와중에 이 전 대표까지 오찬 회동서 “후보와 결이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운을 띄우자 이 후보는 “다양한 의견이 만나 조정을 거치고 하나가 될수록 우리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기 때문에 감사드릴 일”이라며 “정권재창출이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지이기에 우리의 다양한 목소리가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아름다운 화음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한편 야권 역시 홍 의원이 대구 선대위에 상임고문으로 합류했다지만 같은 당 대선후보를 저격하는 목소리를 연일 이어오고 있어 ‘후보 교체’ 가능성을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지난 22일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는 대선후보 교체를 요구하는 당원 게시글이 4천개 이상 올라왔고 홍 의원도 2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윤 후보와 정책도 다르고 후보 가족비리를 쉴드칠 자신이 없어 도저히 전면에 나설 수 없다”는 글을 올려 윤 후보를 직격했다.
여기에 이른바 홍준표 테마주로 꼽히는 경남스틸, 티비씨, MH에탄올, 한국선재 등이 지난 23일 상승 마감했으며 홍 후보도 청년층과의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꿈’에서 후보 교체론에 대한 질문에 “제가 말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가 “되는대로”라고 일부 유연해진 모습을 보여 본격적으로 윤 후보 흔들기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록 홍 의원이 24일 SNS를 통해 “아무도 잘못 흘러가는 대선에 대해 후보 눈치 보느라고 말을 못하고 있기에 나만이라도 직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청꿈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며 “선대위는 이미 대구 선대위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시비 걸면 안 된다”고 밝혀 확대해석에 거리를 두는 모습도 일부 보이긴 했지만 자당 후보를 겨냥한 저격 행보는 정작 지속되고 있어 정치권 내 후보교체론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