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전략은 국민 편가르기?
이재명 “청년세대, 기성세대와 싸워야”…황운하 “尹 지지자, 저학력·빈곤층”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유권자들을 편 가르는 듯한 발언이 끊이지 않고 나와 의도적인 게 아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난 29일 광주 조선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광주 대학생과의 대화’에서 청년층 젠더 갈등 관련 질문이 나오자 “누군가 밀려나 죽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기성세대 책임이 너무 크다”며 “청년세대는 남녀를 갈라 싸울 게 아니라 힘을 합쳐서 기성세대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등 해소를 위한 해결책으로 내놓는다는 게 결국 표적을 돌려 또 다른 갈등을 유발시키는 방안인 셈인데, 비단 이 후보 뿐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현안 TF 부단장을 맡은 황운하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이 후보와 경쟁 중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층을 겨냥 “윤 후보의 지지자들은 1% 안팎의 기득권 계층을 제외하곤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 그리고 고령층”이라고 주장해 논란에 한층 불을 지폈다.
앞서 황 의원은 지난 2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조차 그가 어떤 국정 운영 철학을 가졌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수구 언론들의 거짓과 선동이 강력하게 효과를 발휘하니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라고 글을 올려 윤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비하하는 게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는데, 논란이 커지자 황 의원 스스로 29일 페이스북에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일반론적 해석에 근거한 표현이었을 뿐 특정 계층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 아니었다. 내용 본 분들이 마음의 불편을 겪었다면 사과 말씀 드린다”고 사과 입장문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으나 파문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는 ‘1% 안팎의 기득권 계층을 제외하곤 저학력 빈곤층, 고령층’이란 문구는 삭제한 뒤 이에 대해 “다시 읽어보는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어 수정했다. 초고의 글이 퇴고 과정에서 수정된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지만 수정했더라도 평소 본인의 인식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파문은 일파만파 확대됐는데, 급기야 30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후보의 지지도가 높은 것은 우리 민주당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란 제목을 글을 올려 “윤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을 비판하고 훈계하려는 자세는 매우 오만하고 위험한 태도”라고 황 의원을 에둘러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번 파문을 고리로 민주당에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는데, 지난 29일 김연주 상근부대변인이 “무슨 근거로 저학력, 빈곤층, 고령층을 나눴는지 궁금할뿐더러 평상시 황 의원의 신념에 근거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체 문재인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1%, 2% 국민 갈라치기에 무슨 경쟁이라도 벌이고 있는 것인가”라고 포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30일엔 강민국 원내대변인이 “여성을 출산 여부로 몰상식한 편 가르기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비슷한 행태를 자행한 건가. 이쯤 되면 국민을 네편과 내편으로 가르고 증오의 감정을 앞세워 상대를 비난하는 막말정치가 민주당의 대선전략이란 말이 나올 정도”라고 직격했다.
특히 강 원내대변인은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일반론적 해석에 근거한 표현’이란 황 의원의 해명에 대해서도 “학력, 재력, 나이로 국민을 구분하는 비상식적 언사도 당황스러운데 본인의 무지가 아니라 ‘일반적인 생각’을 얘기했을 뿐이라며 국민 탓을 하고 있으니 안하니만 못한 사과”라고 꼬집었는데, 이양수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얼마 전 이 후보가 자신의 과거 논란에 대해 ‘출신의 미천함’이란 표현을 썼는데 가난하고 불우했던 자신의 성장배경을 비유한 말이다. ‘저학력·빈곤층·고령층’을 바라보는 황 의원과 닮아도 너무 닮은 비루한 가치철학”이라며 “사회적 약자는 정녕 선거 때 필요한 한 표일 뿐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변인은 “글을 삭제한다고 본심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제 이 후보와 민주당의 민생에는 ‘저학력·빈곤층·고령층은’은 없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는데, 같은 당 김기현 원내대표까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국민 보기를 아주 우습게 알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국민도 아니다, 완전히 그 사람들은 무식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인식하는 것”이라며 “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어 당장 대선후보 간 박빙의 접전 속에 한 표가 아쉬운 민주당에게는 도리어 치명적인 자충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