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장동 특검 수용, 숨은 의도 있나?

이재명 '대장동 특검하자'에 野, 물귀신 작전 의심...그래도 특검 서둘러야

2021-11-19     이혜영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좌)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자신을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의혹과 관련하여 특검 도입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가운데 야권에서는 이 후보의 입장 변화에 대한 의도를 '물귀신 작전'이라고 의심하면서도 이 후보와 민주당을 향해 '대장동 특검을 서두르자'고 재촉하고 나섰다. 

◆ 이재명 "조건을 붙이지 않고 특검 수용하겠다"

그간 대장동 특별검사 도입에 반대해왔던 이재명 후보가 입장을 선회하여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전날 이 후보는 민주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건을 붙이지 않고 아무 때나 여야 합의해서 특검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대장동 특검 도입에 대해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펼치면서 반대를 해 오다가 대장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줄어들지 않고 압박이 이어지자 지난 10일에는 "검찰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으면"이라는 조건부 특검 수용의 입장으로 우회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정체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결국 전날 특검 수용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어쨌든 지금 수사 결과가 나와서 저게 좀 풀려야 현재 (정체된 지지율이) 박스권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유 전 총장은 그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후보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대장동 사건'이라고 누누히 경고해 왔었다. 

◆ 이재명 입장 급선회에 의구심 갖는 野, 물귀신 작전 피나? 

다만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자신을 둘러싼 대장동 특혜 비리 의혹을 털지 못한다면 차기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라고 상황을 짚으면서도 다른 일각에서는 특검에 대한 이 후보의 급선회에 의구심을 표하며 또 다른 의도가 숨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감지된다고 관측했다. 

이는 이 후보가 대장동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검찰에 있을 당시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부실수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대장동 특검에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터라 국민의힘측은 이 후보가 '물귀신 작전'을 펼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는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이 후보가 속절없이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를 직면하고서야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다"면서도 "어떤 꼼수가 뒤에 숨어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하며 민주당을 향해 "어설픈 계책을 쓴다면 민심만 더 악화될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 윤석열 "이재명, 물타기 한다면 특검 아니라 말장난될 것" 경고

더욱이 윤 후보도 전날 한 포럼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정인들에게 1조 원에 가까운 이익이 돌아갔기 때문에 국민적 의혹이 생긴 문제"라고 설명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특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후보가) 특검을 받지 않고 선거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상황을 짚었다.

다만 그는 "특검도 수사대상을 집중해야 수사가 되는데 몇 개씩 집어넣어 물타기를 한다면 특검이 아니라 말장난될 것"이라면서 "쌍특검으로 가겠다면 그렇게 해도 되는데, (민주당과 이 후보가) 과도하게 조건을 내세워 '물귀신 작전'을 펼치면 특검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 우상호 "윤석열 특검 수사 받을 준비하라...쌍특검 될 수밖에" 

반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우선 이 후보가 '조건 없는 특검을 받겠다'고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칭찬하면서 "그러나 이 후보가 진심으로 조건 없는 특검을 말하더라도, 당의 입장에서는 윤 후보에 대한 특검을 조건으로 내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윤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는 우리 당 지지자와 국민들의 뚜렷한 목소리를 당이 외면할 수는 없다"면서 "특검이 실제로 가동된다면 분명 '쌍특검'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전날 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병욱 의원은 "윤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특검 수사를 받을 준비를 하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다만 국민의힘 측에서는 쌍특검도 수용 의사를 표명했었으며, 이준석 대표는 '고발 사주 의혹 특검 임명권은 여당이 갖고, 대장동 특검 임명권은 야당이 갖겠다'는 입장임을 밝힌바도 있다. 즉,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더 이상 시간끌기 하지 말고 특검 도입을 서둘러 진행하자는 입장인 것이다.

◆ 국민의힘, 민주당 향해 "늦장 부리기 안돼, 당장 특검 도입 나서라"

한편 이날도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을 향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대장동 게이트'를 성역 없이 밝히려면 당장 특검을 시작해야 한다. 절차적 문제로 차일피일 미루면서 대선까지 끌고 가려는 늦장 부리기는 국민께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당장 특검을 도입해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이재명 게이트를 파헤쳐야 한다. 이재명 게이트 진상규명에 관해 조건을 거는 정치적 거래는 불가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 수석대변인은 "대장동 5개 지구 분양대행업체가 2014년 초부터 2015년 3월까지 남욱 등에게 43억 원을 건넸다"며 "대장동 게이트의 본질은 국민약탈로 정치자금을 마련한 것이며, 즉 이재명 게이트라는 점이 증언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더욱이 그는 "김만배, 남욱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던 날, 검찰 수사팀은 대규모 회식을 하다가 코로나 감염으로 수사력이 마비되었다"며 "김만배 구속은 '이재명 게이트 수사의 시작'이어야 하는데, 수사가 다 끝난 것처럼 한 것"이라고 에둘러 검찰을 비판했다.

◆ 野권성동 "대장동 몸통은 이재명, 민주당 '이중 플레이'로 국민 우롱 말라"

뿐만 아니라 권성동 사무총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이 이재명 후보였다는 심증이 확증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며 "정말 특검 수용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겠다면 언론플레이만 하며 피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권 사무총장은 "이재명 후보는 국민 여론에 못이겨서 특검 수용을 마지못해 굴복해놓고 마치 대단한 입장변화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데 그 기술이 대단하다"고 비꼬면서 "이재명 후보의 겉으로 드러난 입장과 달리 지금 이 순간에도 민주당은 계속 머뭇거리고 있다. 말로만 조건 없는 특검이라면서 이리저리 핑계대고 윤석열 후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가져와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그는 "특검이 임명되어도 수사에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점을 악용하여 대선 때까지 결과 발표를 미루기 위해 하루라도 더 시간을 벌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이라고 의구심을 표하며 "정말 특검 수용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겠다면 언론플레이만 하며 피하지 말고, 당장 오늘이라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만남에 응해야 할 것이다. 후보는 마치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뒤로는 이리저리 핑계대면서 당은 도망다니는 '이중 플레이'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몰아 붙였다.

이에 더해 권 사무총장은 "오늘 나온 대장동 개발 업자의 충격적인 ‘뇌물 수수’ 진술은 결국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이 이재명 후보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기존에는 이재명 후보의 배임 혐의만 포착이 되었는데 이제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직권남용, 특가법상 뇌물수수 등 추가 범죄 혐의의 덜미가 잡힌 격"이라면서 "개발 업자들이 대장동 사업 인허가를 따내기 위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재선에 필요한 선거자금을 댔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특혜성 인허가와 불법 선거자금을 주고받는 최악의 부정부패의 일각이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