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팀 논란, 홍준표 “꼭 대선조직 들어가야 되냐?”

洪 “비리혐의자끼리 대결하는 대선 안타깝다…尹, 민심 따라가는 당심 되게 하길”

2021-11-08     김민규 기자
(좌측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신문DB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윤석열 후보로 확정됐지만 홍준표 의원이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 의혹 대선엔 참여할 생각 없다”고 공언하자 일각에선 ‘원팀’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홍 의원은 지난 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에서 저는 우리 당 경선을 다이나믹하게 만들고 안개 속 경선으로 흥행 성공을 하게 함으로써 그 역할은 종료됐다고 본다. 이번 대선에서 저의 역할은 전당대회장에서 이미 밝힌 대로 거기까지고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의혹 대선엔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나머지 정치인생은 이 땅의 청장년들과 꿈과 희망을 같이 하는 여유와 낭만으로 보내고 싶다. 이번에 저를 열광적으로 지지해준 2030들의 놀이터 ‘청년의 꿈’ 플랫폼을 만들어 그분들과 세상 이야기 하면서 향후 정치 일정을 가져가고자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에 윤 후보는 거의 비슷한 시각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보다 더 빛났던 홍 선배님의 짧은 메시지와 미소’란 글을 올려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지난 금요일 전당대회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홍 선배님과 다른 두 후보님이 보여주신 원팀정신 때문”이라며 “홍 선배님의 짧은 메시지는 제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제 수락연설보다 훨씬 빛났고 멋진 위트까지 곁들인 낙선인사와 국민과 당원들에게 보여준 맏형다운 그 미소,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돌연 홍 의원에 대한 극찬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 선배님들이 보여준 애국심과 경륜, 그리고 지혜, 열심히 배우겠다. 그래서 정권교체와 국민을 위한 좋은 국정의 자양분으로 삼겠다. 이제 우리는 모두, 정권교체를 위한 깐부”라며 “우리 당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감동적인 승복과 단결을 이뤘을 땐 승리했지만 그렇지 못했을 땐 패배했다. 어제 우리 당은 승리를 향한 또 한 번의 의미 있는 전통을 축적했다”고 강조해 사실상 낙선 후보들도 ‘원팀’으로 협조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 같은 신경전에 진중권 전 교수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를 겨냥 “선거에 패배한 사람에게 억지로 원팀 강요하는 건 삼가고 그냥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줘야 한다. 그래도 도와주지 않겠다고 하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가 새로운 정치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게 올바른 방식이다. 남의 정치적 선택은 비난받을 게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것”이라고 홍 의원에게 원팀을 강요할 게 아니라 격려를 보내자고 촉구했다.

이처럼 제1야당에서 경선 이후 이상 조짐이 감지되자 이 후보로부터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되기도 했던 친여 성향의 맛 칼럼니스트인 황교익 씨는 윤 후보가 홍 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점도 함께 꼬집어 “국민의힘은 김종인 할배를 앞세우면서 노인의힘으로 정당의 성격을 완성시켰다. 윤석열이 홍준표의 앙숙인 김종인을 불러와 홍준표를 완전히 밀어내자 홍준표는 ‘국민의힘 청년 지지자들은 내가 데려가겠다’고 선언했다”며 국민의힘이 원팀이 아니라 분열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듯 여권서 이간질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홍 의원은 같은 날 오후 재차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에서 비리대선 불참 선언을 원팀이 안 된다거나 당 분열로 보는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나는 당을 분열시킬 힘도 없고 또 그럴 생각도 없다”며 “꼭 대선조직에 들어가야만 원팀이 되는 건가? 처음부터 백의종군이라고 선언했으면 액면 그대로 봐주면 될 것을 꼭 못된 심보로 그걸 걸고 넘어지는 것은 획일주의 군사문화의 잔재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우리 당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삼는 정당이고 당원 개개인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전체주의”라며 “더 이상 이 문제가 거론 안 됐으면 한다. 청년의 꿈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열렬히 지지해준 그분들에 대한 보답일 뿐”이라고 일부 언론과 여권의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는데, 다만 홍 의원은 경선 결과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감추지 못한 듯 8일 오전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비리혐의자끼리 대결하는 비상식 대선이 되어 참 안타깝다”고 밝힌 데 이어 “차기 대선난이 석양의 무법자처럼 되어간다. 두 분 중 지면 한 사람은 감옥가야 하는 처절한 대선”이라고 윤 후보를 싸잡아 비꼬았다.

특히 홍 의원은 당내 대선 경선에 대해서도 “민심에서 압승하고 당심에서 지는 희안한 경선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선거의 룰이었기 때문에 깨끗하게 승복한 것”이라며 “부디 대선은 민심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당심으로 치를 생각은 하지 말고 민심을 따라가는 당심이 되도록 하라”고 쓴 소리를 쏟아냈는데, 이 같은 날선 반응에 윤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룰이 만약 여론조사 100%였으면 홍 의원이 후보가 됐을 것이다. 홍 의원은 정치적 천재성이 있는 분”이라고 홍 의원을 극찬하며 진화에 나섰다.

아울러 하 의원은 윤 후보를 향해선 “윤 후보는 홍 의원을 정치 스승으로 모셔야 한다. ‘깐부다’ 이런 얘기 했듯 지극정성으로 공을 쏟아야 한다”고 주문하는 한편 “모든 후보자들한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고 다 같이 한팀 돼야 한다”고 ‘원팀’이 되어줄 것을 홍 의원 등에 호소했는데, 다만 홍 의원은 이날 오전 캠프 해단식에서도 “이회창 전 총재 대선에도 마이크를 잡아본 적이 없다. 두 후보 아들이 불법은 아니지만 납득이 안 돼 연단에서 마이크를 잡아 본 일이 없다”며 “검찰수시관이 결정하는 그런 대선이 되어버렸다. 전당대회 때도 비리 대선엔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고 패자는 조용히 들어가는 게 맞다”고 거듭 협조 요청엔 선을 그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마찬가지로 경선 갈등에도 불구하고 상임고문으로라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대위에 몸담은 이낙연 전 대표와 달리 홍 의원은 선대위는 물론 이번 대선 자체와 완전히 거리를 둬 원팀에 적신호가 켜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하지만 홍 의원 합류 여부와 별개로 국민의힘 경선주자 4명의 후보 선거 캠프에서 일한 청년 등 40여명이 지난 7일 국민의힘 경북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며 정희용 의원과 함께 본선 승리를 위한 원팀 구성을 결의하는 등 원팀 행보도 이어지고 있어 홍 의원 행보만으로 ‘적신호’란 해석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