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에도 ‘종전선언’ 꺼낸 文, 이유는?

靑 “종전선언 제안, 따로 설명 안 해도 이미 남북한·미국이 서로 잘 아는 내용”

2021-09-23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임기가 불과 반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유엔총회에서 “나는 상생과 협력의 한반도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가 모인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북한이 열차에 설치한 발사대를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사항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데다 동시에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으로 거론하면서 경고성 발언까지 쏟아냈음에도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유엔총회에서 일언반구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돌연 이 같은 제안을 내놔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야권 대선주자들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종전선언은 정치선언”이라고 꼬집은 데 이어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은 미사일 쏘는데 종전선언 제안하는 달나라 대통령”이라고 지적하는 등 강도 높게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여권에선 이미 지난 20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협력 차원에서 북한 방문을 허용하게 만들고 그 다음에 유엔식량기구 란 단체들을 지원해서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는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닌가. 개성공단 복원의 문제는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개성공단 복원까지 주장하는 등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또 청와대에선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문 대통령이 갑자기 종전선언 제안을 또다시 꺼낸 이유에 대해 “이것은 북한과 미국 간에 당사자 간 비핵화에 이를 수 있는 맨 첫 단계 신뢰의 구축으로 결과가 아니라 이건 첫 출발”이라며 “임기가 얼마 남았든지 간에 관계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을 따박따박 해나가는 것이 국민께서 문재인 정부에게 국가의 권력을 위임해주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최종적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이미 선언했듯이, 대화의 테이블에 나왔을 때 여러 가지 미국도 그렇고 북한도 그렇고 또 저희도 서로 이니셔티브를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카드를 준비하고 있지 않겠나”라며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 국방부 대변인이 종전선언을 언급한 점을 들어 “저희가 따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미 여러 차례 미국, 북한, 한국이 합의한 바 있기 때문에 서로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열려 있다. 미국은 대북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다만 그는 “우리의 목표는 항상 그랬듯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무엇보다 비핵화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해 북한의 바람직한 행동엔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송 대표의 주장과는 아직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방미길에 오르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문 정부의 대북정책을 꼬집어 “트럼프 행정부가 재선에 실패하며 지금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한미 간에 생겼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문 정부가 진행했던 대북 정책이 상당히 폐기되는 수순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와 달리 일단 미 정부에서도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는 점에서 단지 문 대통령의 일방적 의지만으로 나온 주장은 아닌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문 대통령이 이번에 종전선언 참여국 중 하나로 포함시킨 중국 역시 호평을 내놓고 있는데,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휴전 체제를 전환하는 것은 한반도 정치해결 프로세스에 중요한 부분이며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대”라며 “중국은 이를 위한 관련국들의 노력을 지지하며 한반도 문제의 중요 한 한 나라이자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로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혀 사실상 북한의 호응만 있다면 문 대통령 임기 내 종전선언 추진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현지시간 22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유해 상호 인수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여기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 역시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이다. 유해발굴을 위한 남북미의 인도적 협력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며 또다시 ‘남북미’를 강조했는데, 이처럼 적극 손을 내민 행보에 북측이 과연 어떤 반응을 내놓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