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 여야 ‘치킨게임’으로

“법적 대응” 외친 조성은에 尹측 “제보했는지부터 밝혀라”…여야도 진상 규명 놓고 대치

2021-09-09     김민규 기자
(좌측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 시사신문DB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고발 사주 의혹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들부터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연일 진실공방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점차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먼저 김웅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제보자를 특정인으로 겨냥해 김 의원은 지난 7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제보자는 과거에 조작을 했던 경험이 많아서 인연을 끊었다”고 강조한 데 이어 8일 회견에선 “총선 당시 선거 관련해 중요 직책에 계셨던 분”이라고 주장했으며 윤 전 총장도 8일 기자회견에서 “그 사람 신상에 대해 과거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여의도 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저도 안다. 언론에 제보 먼저 한 사람이 어떻게 공익제보자가 되나”라고 직격하는 등 연일 압박수위를 높였다.

그러자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의식한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이 8일 밤 11시 넘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명으로 입장문을 올리면서 김 의원과 윤 전 총장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조씨는 “저를 공익신고자라고 몰아가며 각종 모욕과 허위사실을 얘기하고 있고 그 어떤 정당활동 내지는 대선캠프에서 활동하지 않음에도 불구, 당내 기자들에게 ‘국민의힘이 아닌 황당한 캠프’ 활동을 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서 “매우 강력한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캠프에서 대외협력특보를 맡고 있는 김경진 전 의원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씨가 제보자) 아닐 수도 있는데 아니라고 한다면 ‘나 아닙니다’라고 하면 된다”며 조씨가 페이스북 입장문에서 ‘공익신고자로 몰아간다’고 하더니 동아일보 인터뷰에선 ‘나는 제보자가 아니다’라고 사실상 상반된 주장을 편 점을 들어 맞받아쳤다.

특히 김 전 의원은 “허위사실로 법적 조치를 취한다고 하는 게 대체 자기가 제보자가 아닌데 제보자인 것처럼 하는 뉘앙스로 얘기한 게 허위사실이란 건지, 아니면 조씨를 겨냥해 발언한 내용 중 ‘이 사람이 여러 가지 법적 문제를 과거에 일으켰다’고 하는 그 대목이 허위사실이란 건지 대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는데, 조씨가 전자와 후자 중 어느 부분에 해당되는지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다만 대검 감찰부에서 전날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보호하기로 결정한 만큼 일단 제보자와 공익신고자는 동일 인물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유의미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날 밝혔던 박범계 법무부장관을 향해 9일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뉴스버스 보도를 보면 제보자는 미통당 선대위 관계자로 처음에 보도됐다. 조씨는 본인은 아니라고 하니까 (제보자가) 미통당 선대위 관계자는 맞나”라고 질문했으나 박 장관은 “제가 그걸 확인할 권한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하면서 “사건의 핵심은 저 분쟁(제보자 여부)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여기에 해당 의혹을 처음 보도한 뉴스버스 측 이진동 발행인조차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보자 신원과 관련 “대선캠프에 있지 않고 국민의힘 측 사람”이라면서도 정치권에서 지목하는 특정인인지에 대해선 “누군지 모른다. 그분이다,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고 모호하게 밝혀 자칫 누가 제보자인지도 확인되지 않은 채 엉뚱한 법적 공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선지 윤 전 총장 캠프의 윤희석 대변인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손준성 검사로 보이는 사람이 문서를 보냈다는 시점에 현직 검찰총장이 윤석열이었다는 것 밖에 없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신생매체가 윤 후보를 특정해 보도한 것이 정상적인 언론 보도 방식인지 의문”이라며 “만약 윤 전 총장이 총장일 때 현직 검사가 해선 안 될 일을 했다면 관리 책임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그에 대해선 국민께 사과드릴 용의가 있지만 윤석열로 넘어가는 과정에 사실에 근접한 무언가를 더 보도해야 정당성이 확보되는데 그런 것이 거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심지어 윤 전 총장과 대권 경쟁 중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마저 9일 ‘국민 시그널 면접’을 마친 뒤 뉴스버스 측을 겨냥 “당보다도 의혹을 제시한 측에서 증거를 빨리 제출해 밝혀야 한다. 어론사에서 그렇게 해야 되지 않겠나.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은 좋지 않은 정치 형태”라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윤 전 총장 역시 같은 날 오후 강원 춘천 국민의힘 강원도당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신속하게 진상을 확인해서 어떤 방향이든지 결론 내라고 말하고 싶다. 질질 끌면서 냄새나 계속 풍기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윤 전 총장은 조성은 씨가 법적 대응을 예고한 데 대해서도 “소송 거는 거야 본인 자유고 그게 얼마나 합당하느냐의 문제”라고 맞받아쳤는데, 다만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저는 모르겠는데 어떤 문서든 간에 작성자가 나와야 한다. 일단 한 번 보자”고 입장을 내놨다.

반면 여권에선 윤 전 총장이 연루된 사건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로 여론전에 들어갔는데, 이재명 캠프 정진욱 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윤 전 총장이 조작이라며 국민을 겁박함으로써 이 희대의 사건을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고 경고했으며 같은 날 윤호중 원내대표도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을 국민이 엄단한 것처럼 윤석열 검찰의 정치공작, 선거개입, 국기문란을 다 아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윤 전 총장을 향한 맹공에 소속정당인 국민의힘에선 같은 날 윤 전 총장 고발 사주 의혹 진상조사를 위해 김재원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한 공명선거추진단을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하며 맞대응에 나섰는데, 김 최고위원은 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 전 총장이 이 사건에 관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밝히고 있고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며 적극 윤 전 총장 엄호에 들어갔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공명선거추진단으로 대응에 나선 국민의힘을 겨냥해 이날 신현영 원내대변인 논평에서 “공명선거를 추진하는 것과 이번 정치공작 의혹이 무슨 관계가 있단 건가. 초유의 검-당 유착 사태를 어물쩍 선거 정국 탓으로 돌릴 생각은 말아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조사를 넘어 당장 제대로 된 감찰을 받고 투명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해 결국 양쪽 중 어느 한쪽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정치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벼랑 끝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