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들러리? 힘 못 쓰는 민주당의 호남 후보들

전남 이낙연과 전북 정세균 ‘부진’…경북 이재명과 대구 추미애 ‘기세등등’

2021-09-07     김민규 기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좌)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우). 사진 / 시사신문DB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호남이 핵심 지지기반으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작 전남의 이낙연 전 대표나 전북의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호남 출신 대선후보들은 힘을 못 쓰고 오히려 제1야당의 지지기반으로 꼽히는 경북이 고향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대구 출신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선전하고 있어 이 같은 현상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일과 5일에 열렸던 충청지역 대선 순회경선 결과는 이 지사의 과반 압승과 이 전 대표의 참패로 명암이 극명히 엇갈렸는데, 그 뒤로는 정 전 총리가 추 전 법무부장관을 단 92표 차이로 앞서 3위를 유지했지만 이 역시 본래 충청에서 20% 득표를 목표로 할 정도로 정 전 총리의 조직력이 강했던 데 비추어 보면 그간 충청권에 공을 들인 데 비해 초라한 성적표란 게 전반적인 평이다.

도리어 추 전 장관은 결과적으로는 충청권에서 4위를 기록했지만 세종·충북에선 7.09%를 얻어 정 전 총리(5.49%)를 제치고 3위를 차지하는 등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래선지 경선 후 두 후보의 반응도 엇갈려 정 전 총리는 자신의 SNS에 “더 분발하겠다”고 밝힌 반면 추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개혁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말에 따라 주신 표”라며 “앞으로 점점 올라가지 않을까. 저 추미애가 사회 대개혁을 완수할 적임자임을 계속 설파해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충청지역에서 대의원 표 열세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권리당원 표심(대전·충남 6.82%, 세종·충북 7.27%)으로 만회한 추 전 장관은 최근엔 고발 사주 의혹을 꼬집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집중 공격하면서 굳히고 있는 강성 친문의 지지를 기반으로 오는 11일 있을 대구·경북 순회경선에서 한층 도약을 노리고 있는 반면 정 전 총리는 2위인 이낙연 전 대표와의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추 전 장관과 3위 경쟁을 해야 되는 지경이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또 이 지사에 참패하다 못해 일부 여론조사에선 야당의 홍준표 의원에도 같거나 순위가 밀리기 시작하자 비상이 걸린 이 전 대표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권 투표 결과는 아픈 것이었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네거티브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저도, 캠프도 하지 않겠다”며 네거티브 공세에 힘을 실어온 기존의 전략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신 양극화 해소를 위한 흑묘백묘론을 제시하며 정책 대결을 펴나가겠다는 새 전략을 내놨는데, 다만 그는 지난 충청권 경선 투표율이 약 50%에 그친 점을 들어 “권리당원 절반 이상이 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가장 영광스러운 권리를 포기했다는 것은 마음에 걸린다. 지금 상태로는 정권 재창출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밝혀 순회경선 시작부터 저조한 투표율을 고리로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에 에둘러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비단 경선 결과 뿐 아니라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내 호남 후보들의 열세는 확인할 수 있는데, 실제로 지난 3~4일 전국 유권자 1003명에게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95%신뢰수준±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지사는 광주·전라에서도 40.6%를 기록한 반면 이 전 대표는 호남 출신임에도 같은 지역에서 18.6%를 얻는 데 그쳐 도리어 전체 지지율(이재명 28%, 이낙연 11.7%)보다도 격차가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그나마 범진보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의 경우 호남지역에서 이 지사 40%, 이 전 대표 25.6%로 격차를 조금 좁혔으며 정 전 총리도 이 지역에서 4.3%로 추 전 장관(3.5%)을 오차범위 내 제친 것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범진보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역시 전체적으로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나고 추 전 장관(5.4%)도 정 전 총리(3.9%)보다 앞서고 있어 오는 25~26일 광주·전남·북 경선이 호남 출신 후보들의 기대대로 과연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여권 원로 격인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나와 “결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지금 2위, 3위 후보들한테는 조금 안 된 소리겠지만 전망은 그렇다”며 “이번 선거가 정권교체 여론이 한 십몇 프로 더 높잖아. 어쩔 수 없이 본선경쟁력 있는 쪽으로 몰리기 마련”이라고 이미 판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는데, 이러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호남 출신 대선후보들은 결국 호남 유권자를 의식한 들러리 역할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