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방위 대출 규제 속 인터넷전문은행 행보는?

시중은행 이어 2금융권도 신용대출 한도 축소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분위기에는 동참하지만

2021-09-01     임솔 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각 사

[시사신문 / 임솔 기자]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형은행을 필두로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취급을 중단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이러한 분위기에는 편승하되 대출 영업을 시중은행만큼 줄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 주문한 ‘중·저신용 대출 확대’ 미션 때문이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씨티·SC제일 등 외국계 은행은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한도를 대출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지난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이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여기에 더해 주택담보대출 또는 전세자금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시중은행과 똑같은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023년까지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신사업 인·허가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지난 6월 이후 자체 신용으로 중·저신용 고객에게 4690억원을 공급했고, 지난달 29일 기준 중·저신용 고객 대출 잔액 1조7827억원을 달성했다. 이 기간 동안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 고객 대출 잔액 비중은 10.6%에서 12%를 웃도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카카오뱅크는 또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과 이미 출시한 전월세보증금대출 등 담보 대출을 운영할 경력직원을 대규모로 채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현재의 전월세보증금 대출뿐 아니라 추후 선보일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부 대출 상품을 고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도 중·저신용 고객 대출 비중 확대 목표와 함께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공급을 늘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31일부터 100% 비대면으로 이용 가능한 전세대출과 청년 전세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전세계약 내용 등 기본정보만 입력하면 대출 가능여부, 예상금리, 한도 등을 원스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세대출의 최대 한도는 2억2200만원이며, 청년 전세대출은 최대 1억원이다. 대출금리는 최저 연 1.98%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100% 비대면으로 편리하게 갈아탈 수 있는 아파트담보대출을 시작으로 올해 사잇돌대출에 이어 전세대출까지 선보이며 여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기존 대출상품과 더불어 중저신용자와 젊은 세대 등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을 동일한 잣대로 보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며 “정부가 인터넷은행에 중신용 대출 확대를 주문한 만큼 (인터넷은행에) 대출 규제를 강하게 요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은 다루는 금액의 규모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퍼센트(%)에 따른 규제는 오히려 공평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른 형태의 대출 규제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