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與 전원위원회…野 필리버스터

김기현 “필리버스터 요구할 것”…한병도 “필리버스터보다 전원위가 먼저 열려”

2021-08-27     김민규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좌)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신문DB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언론중재법 처리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 중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들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전원위원회 소집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의석수에 밀려 실질적으로 법안 통과를 저지할 방도가 없는 국민의힘에선 본회의에서의 필리버스터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설명해 여론의 관심을 환기하는 한편 여당의 입법독주 행태도 성토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는 전략인데, 실제로 김기현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를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요구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침묵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언론자유 보장해야 한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해온 문 대통령은 요즘 두문불출”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힘에선 전날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언론보도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란 문구 중 ‘명백한’이란 부분을 삭제해 언론중재법 내 고의·중과실 추정 원칙의 독소조항을 오히려 더 강화했다는 지적을 쏟아냈는데,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본회의를 연기했다고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자행했던 절차적 위반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민주당은 야당 법사위원들이 회의장을 나온 후 언론 재갈물리기를 더 세게 하는 꼼수도 부렸다”고 일침을 가했으며 기자 출신인 김은혜 의원은 언론인 출신인 여권의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전 대표, 박광온 의원 등을 꼬집어 “언론 자유 외치는 기자라면 찬성표 던질 수 있겠나”라고 압박에 나섰다.

특히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중도와 진보를 막론하고 다른 야당에서도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처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필리버스터로 야권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데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필리버스터는 쟁점법안에 대해 의원 한 명의 회기가 변경되지 않는 한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지만 법안 통과를 늦출 뿐 아예 막을 수는 없다는 한계는 있다.

심지어 국회법상 본회의 회기가 변경되거나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해 국회의장에게 종결 동의서를 신청한 뒤 24시간이 지나 실시한 종결 투표에서 5분의 3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도 가능한데, 8월 국회 회기가 31일이고 법안 처리에 찬성하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의석수가 180석을 넘는 만큼 입법독주란 지적을 잠재우기 위한 절차적 요식행위만 구색 맞추기로 갖춰놓은 뒤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선지 민주당은 전원위원회 소집 방침과 추가 연석회의 진행 의사도 밝혔는데,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대상이며 안건 심사를 위해 재적위원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최할 수 있는 전원위원회는 쟁점 안건의 본회의 상정이나 상정 후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 출석 및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어 국민의힘은 반대하는 반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의총에서도 “야당이 필리버스터 하겠다는데 그런 수고를 끼쳐드릴 이유가 없다. 전원위원회 소집을 국회의장에게 요청할 것이고 그러면 언론중재법이 상정됨과 동시에 필리버스터보다 전원위원회가 먼저 열리게 된다”고 사실상 필리버스터 ‘물타기’ 효과도 노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일방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용’이란 시선을 의식한 듯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전원위원회 소집과 관련 “필리버스터가 기껏해야 하루 하는데, 필리버스터 못하게 하기 위해 전원위를 한다는 그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 법안 자체를 수정하거나 보강, 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토론하기 위해 윤 원내대표가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필리버스터 반대 표결 시 이탈하면 변수가 될 수 있는 이상민, 박용진, 조응천, 오기형, 이용우 등 자당 내 일부 언론중재법 신중론자들까지 이 자리를 기회로 압박해 내부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도록 만들겠다는 심산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급기야 여당은 26일 워크숍에서 “2020년 세계 언론 자유지수 기준 세계 42위, 아시아에서 3년 연속 1위”라고 강조하는 등 벌써부터 법안 처리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들어갔으며 문 정부도 이번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외신들을 향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외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서울외신기자클럽으로 회신하는 등 어떻게든 이달 안에 언론중재법을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야권이 과연 이 같은 정부여당의 행보를 저지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