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왜 윤석열 집중공격하나

尹과 지지율 격차 큰데 ‘선두 때리기’ 집중…동급 주자로 ‘각인’ 노려

2021-08-23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좌)과 유승민 전 의원(우)이 국회 소통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이 최근 캠프와 후보 본인을 막론하고 같은 당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총공세를 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의당에서마저 비판하고 나선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기조에 지난 22일 윤 전 총장이 “언론재갈법”이라고 역설하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 13명이 각자 대응할 게 아니라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언론악법을 비판하는 공동 입장문을 내놓자고 하는 상황이었지만 정작 같은 날 유 전 의원 캠프에선 이수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전 총장을 겨냥 “언론 자유를 역설한 후보가 정작 기자의 질문을 막고 답변을 회피 또는 거부했다. 벌써 불통인 대선후보라니 언론재갈법 비판 전에 대언론 태도부터 점검해보길 요청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이 대변인이 윤 후보 부인 관련 의혹을 재차 거론하며 윤 전 총장 측을 몰아붙인 데 이어 유 전 의원 본인도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 간 최근의 신경전을 들어 “윤 후보는 정권교체하러 우리 당에 온 것이냐, 아니면 당권교체를 하러 온 것이냐. 힘으로 당을 접수해야 쉽게 후보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잘못된 생각을 버리기 바란다”고 윤 전 총장에 직접 견제구를 던졌다.

윤 전 총장이 장기간 야권 선두후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 전 의원과 윤 전 총장 간 지지율 격차는 여전히 상당하고 당장 자신의 앞에 있는 홍준표 의원부터 제쳐야 하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유 전 의원은 이처럼 선두인 윤 전 총장을 압박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인데, 이는 상대적으로 중도층까지 포함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의 이탈표는 흡수할 여지가 있는 반면 보수 색채가 보다 짙은 홍 의원 지지층은 이탈해도 자신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또 윤 전 총장의 독주 상태로 야권 대권구도가 지속되면 경선을 하나마나 한 상황이 되기에 우선 최대한 선두주자를 끌어내려 혼전 양상으로 만들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홍 의원의 상승세는 개의치 않은 채 윤 전 총장 때리기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지지하고 있는 후보를 교체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높은 점도 윤 전 총장으로 국민의힘 후보가 굳어져버릴까 우려하는 유 전 의원 등 같은 당 경쟁주자들의 속을 타들어가게 만들고 있는데, 실제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1~22일 전국 유권자 1007명에게 실시한 지지 후보 교체 의향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교체 의향 없음’은 64.2%로 나왔고 ‘의형 있음’은 26.8%에 그친 것으로 나왔다.

이 뿐 아니라 범보수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그나마 10.3%를 기록하며 3위를 기록한 유 전 의원이 여야 후보 전체를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선 자신을 포함한 당내 어느 후보도 윤 전 총장(29.8%)과 비교가 되지 않는 한 자릿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을 고민한 끝에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그간의 공방이 이 대표의 사과로 끝나는 모양새가 되자 이젠 자신이 직접 전면에 나서 공세를 펼치기 시작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반면 전체 대선후보 적합도에선 자신을 앞지르는 최 전 원장(5.1%)이 유 전 의원(3.6%)을 앞지르는 상황임에도 공세수위를 최 전 원장보다 윤 전 총장에 집중하는 것은 당장 급선무인 당내 경쟁 구도상으론 자신이 최 전 원장보다 앞서고 있는데다 최 전 원장의 지지율도 소폭 하락했기 때문인데, 실제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범보수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유 전 의원은 10.3%로 떨어졌지만 5.9%로 하락한 최 전 원장보다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4명만 통과하고 컷오프 시키는 당 대선후보 본선까지 현 구도만 유지돼도 컷오프당할 걱정은 없는 만큼 자신보다 보수진영 내 지지율이 낮은 후보를 공격해 띄워주기보다 선두를 때려 그 이탈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기에 이 대표가 당내 분란과 관련해 사과하며 매듭지으려는 데도 굳이 유 전 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사과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비단 유 전 의원 뿐 아니라 그 후위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23일 윤 전 총장이 경찰대 총동문회 홈페이지에 캠프 직원 구인글을 올린 점을 들어 “윤 전 총장의 권력관은 문재인 정권과 다를 것 없어 보인다”고 질타하는 등 비슷한 전략으로 나오고 있어 과연 이들의 집중공격이 윤 전 총장 중심의 판세를 흔들어 놓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