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자제하는 최재형, 차별화 전략 통할까
崔, 與와 달리 선두후보에 공세 자제…지지율은 ‘답보’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네거티브전으로 진흙탕 상황이 된 민주당과 달리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자당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직접적 공세보다는 오히려 윤 전 총장을 호평하는 모습까지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4일 자신의 대선 출마 공식 선언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윤 전 총장 캠프에서 예정에 없던 추가 인선안을 발표하며 여론전을 벌였음에도 같은 날 출마 선언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이 아니라 왜 최재형인지 말해 달라’는 질문에 “윤 전 총장은 훌륭한 후보로 작년부터 정권탄압에 맞서며 야권 결집을 이룬 분”이라고 경쟁후보를 추켜세웠다.
다만 그는 “우리나라는 거의 내전적 분열 상황으로 정치계도 그렇게 남아있는데 저는 이런 분열 상태를 부른 여러 과거 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며 “그래서 국민통합을 이뤄내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강점이 있는 후보”라고 강조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이나 적폐 수사 등으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윤 전 총장을 견제하는 모양새를 취했는데, 그마저도 이 정도가 전부일 뿐 노골적으로 윤 전 총장을 공격하거나 평가절하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최 전 원장은 대선 출마 선언 직후 YTN뉴스에 나와서도 ‘윤 전 총장이 가족 의혹으로 호된 신고를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가족관계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가족들에 대한 검증은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 “대통령 후보 자신에 대한 검증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윤 전 총장에 대해 “지난해부터 정권 탄압에 맞서 법치주의를 지키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또 그 이후에 보수야권의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 중심에 서 계신 분으로 큰 역할을 했다”고 호평했으며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최근의 여러 설화에 대해서도 이를 적극 공격 구실로 삼기보단 “아직 조금 정치에 관해 준비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 그런 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시간) 지나면 잘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그나마 경선에서 공약으로 맞서보고 싶은 상대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선두권 후보들보다 유승민 전 의원과 윤희숙 의원을 꼽으면서 “당에서 가장 정책적으로 준비되신 분”이라고 평가해 윤 전 총장에 견제구를 던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주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발하기보다 “윤 전 총장의 입당은 보수야권 전체의 힘을 모으는데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하고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직설적인 다른 후보들과 달리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자세를 낮추는 그의 행보 때문인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유권자 1005명에게 실시한 여야 주요 대선후보 호감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최 전 원장은 조사대상 후보들 중 비호감도가 가장 낮은 46.8%를 기록했는데, 문제는 ‘잘 모름’이란 답변도 대상후보들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대인 13.8%로 나와 아직 여론에 존재감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4일 전국 유권자 1003명에게 실시한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윤 전 총장은 ‘입당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지난번보다 3%P 오른 22%를 기록한 반면 최 전 원장은 3%를 얻는 데 그쳤고 누가 다음 대선에서 당선될 것 같은지 묻는 질문에도 윤 전 총장은 28%로 나온 데 반해 최 전 원장은 유승민 전 의원과 같은 1%에 그쳤다는 점은 한편으론 ‘조용한 행보’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조사 결과와 달리 여당 후보인 추미애 전 장관이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초년생으로서 너무 빨리 정치에 정치 물이 들었다”고 그를 평하거나 야권 후보인 원희룡 전 지사도 같은 날 예비후보 등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출마선언을 봤지만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차후에 도전하기 바란다”고 혹평하는 등 당 안팎에 있는 경쟁 후보들의 견제 심리가 여전하다는 점은 최 전 원장의 상승 여지를 여전히 확인시켜 주고 있어 앞으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