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론 힘 실은 이준석?…윤석열 견제부터 국민의당 압박도

李, 尹 ‘드루킹 특검’ 연장 주장엔 “특검 재개는 모순”…국민의당엔 “요구사항 계속 늘어”

2021-07-28     김민규 기자
(좌측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 / 시사신문DB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야권 단일화는커녕 당 밖 인사들과 불협화음을 일으킬 만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밤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장한 드루킹 특검 연장 주장에 대해 “허익범 특검은 사실 굉장한 성과를 낸 건데 (허익범) 특검을 특검하라는 논리적 모순이 생길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내놨는데, 그는 “정치인들이 대통령 연관설을 밝혀라 하는 건 이해하지만 제가 정당의 대표로서 특검을 특검해라 하는 순간 바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송 대표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허익범 특검이 특검을 다 해놓은 것을 또 특검하자고 하면 논리상 성립이 안 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 대표와 똑같은 논리로 윤 전 총장을 비판하고 나섰는데, 국민의힘 중진인 정진석 의원이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드루킹 대선 여론조작 사건은 당시 문재인 후보의 최측근인 김경수 하나 구속하는 걸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고 촉구하고 윤 전 총장도 같은 날 “법률적으로 얼마든지 (특검 연장)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역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여전히 응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윤 전 총장과 ‘치맥 회동’까지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그가 자신에 대한 여당의 반격만 의식해 드루킹 특검 연장을 요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에 거리를 두는 것도 사실상 당내 ‘반윤’에 힘을 실어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게 하고 있는데, 이 뿐 아니라 27일 김종인계 인사인 김병민 비대위원이 윤 전 총장 캠프 합류 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승인은 받은 반면 이 대표에게는 귀띔하지 않았다는 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당에는 상의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게는 상의했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특히 이 대표가 전날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만약 대선주자(윤 전 총장)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경선이 시작된다면 명백히 당 외부 대선주자를 돕는 걸로 볼 수 있고 거기에 대해선 당의 윤리규정이 복잡하지 않다”고 경고했던 만큼 윤 전 총장이 내달 입당하지 않을 경우 그의 캠프 인사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사실상 야권 단일화는커녕 윤 전 총장 측과 갈등수위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윤 전 총장도 27일 부산 북항재개발홍보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캠프에 합류한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해 국민의힘이 징계를 검토 중이란 데 대해 “공당이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올 법하지만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데 이어 국민의힘 인사 캠프 합류에 김 전 위원장이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들 모시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 누가 김 위원장과 가까운지 잘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여 향후 이 대표와 이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비단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자당과 합당 논의를 하던 국민의당과도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데, 이 대표는 양당 간 실무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당 논의는 몇 달 사이 계속 아이템이 늘어났다. 합당을 하고 싶으면 하겠다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고 하기 싫으면 오만가지 이야기가 다 튀어나온다”며 국민의당이 당명 변경 뿐 아니라 29개 당협위원장 공동 임명, 시도당 위원장 임명, 대선 선출을 위한 당헌·당규 변경, 당 재정 승계, 사무처 당직자 승계, 포괄적 차별금지법 동의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제는 안철수 대표가 (실무협상단장인) 권은희 의원을 물리고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와 통 큰 합의를 할 때”라고 주장했는데, 이미 협상 하루 전인 지난 2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그가 “협상단에선 이견이 다 나온 것 같으니까 지도자 간에 말씀 나누자 제안한 상태고 안 대표께서도 이번 주 정도만 추이를 지켜보고 다음 주 정도에 보는 게 어떻겠냐는 취지로 답해서 저는 잘될 거라 본다”고 밝힐 만큼 양당 대표 회동에 무게를 두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애당초 실무협상 결렬을 각오하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재정 승계나 사무처 당직자 승계 문제 등은 새로운 요구라기보다 이미 주호영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재임 당시 안 대표 측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다고 당 대표 경선 중에도 밝혔던 부분인데, 이 대표는 이마저도 ‘오만가지 요구’로 칭하고 있는 데다 바로 전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스스로 “당명변경은 의아하지만 나머지는 열어놓고 생각하겠다. 당협위원장들도 훌륭한 인재가 있으면 공동으로 할 수 있게 한다든지 제가 우리 협상단에는 최대한 국민의당에 배려할 수 있는 건 배려해라(라고 했다)”고 발언했던 점과도 배치되는 태도여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양당이 협상 종료 이후 내놓은 입장문에 따르면 협상 전부터 핵심 쟁점이었던 당명 변경 문제 뿐 아니라 국민의당이 제안한 야권 단일 후보선출 방식에 대해 국민의당은 기존 양당의 대선후보 선출 규정을 배제하고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반면 국민의힘은 이미 가동 중인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에 국민의당이 들어오라고 맞불을 놔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사실상 자당 중심의 자강론에 힘을 싣고 있는 이 대표의 행보로 야권 단일화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