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국민의힘 최고위원 간 ‘기선잡기’ 신경전?

최고위 시작부터 ‘親羅’ 김재원 “절차 존중해야”…李, 여연원장엔 ‘유승민계’ 지상욱 유임

2021-06-15     김민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좌)와 김재원 최고위원(우). 사진 / 시사신문DB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를 향해 최고위원들이 당직 인선 문제로 쓴 소리를 내놓으면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 간 주도권 잡기 위한 신경전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친박 출신이자 한때 ‘친나경원’계로도 꼽혀온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에서 “최고위에서 협의해야 하거나 결정할 많은 일이 사전에 공개되고 발표된다면 최고위가 형해화하거나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지금은 초기라 이해할 만하지만 앞으로 최고위 위상도 신경써주기 바란다”고 이 대표에 주문했다.

이는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전에 이미 언론을 통해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서범수 비서실장 인선을 밝힌 데 대한 불만으로 풀이되는데, 비단 김 최고위원 외에도 조수진 수석최고위원 역시 비공개 회의에서 절차 존중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이 대표를 직격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대변인 2명과 상근부대변인 2명을 토론배틀로 공정하게 뽑기로 한 판국에 수석대변인 인선도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공정’과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겠는지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선지 이 대표는 일단 이날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도 전직 최고위원이라 최고위원 발언을 경청하는 문화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과거 최고위 체제에서 최고위원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던 문화에 대한 진심 어린 우려라고 받아들인다”며 자세를 낮췄는데, 다만 이번 인선과 관련해선 “김 최고위원의 오해가 있었다. 당무상 시급했기 때문에 (수석대변인은) 내정해서 발표하게 됐고 비서실장은 협의를 거칠 필요가 없는 인선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인선 결과가 언론을 통해 먼저 밝혀진 점이 문제됐기 때문인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사무총장 등 인선에 대해선 “인사보안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명직 최고위원에 대해선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언론에 나온 사람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당 대표 당선소감에서 공언했던 ‘토론 배틀’을 통한 대변인 2명, 상근부대변인 2명 선발과 관련해선 약속대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15일 국민의힘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오는 18일 대변인 모집 공고를 내고 20~22일 등록을 받아 총 100명이 오른 공개 오디션 예선에서 이 대표가 직접 압박 면접을 실시하고 여기서 가려진 16명이 16강전(27일)과 8강전(30일)을 거쳐 내달 4일 최종 토론 후 득점 순으로 각각 대변인과 상근부대변인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 오디션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또다시 인선 문제로 지도부 내 불협화음이 나오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다만 이 대표는 15일 “여의도연구원장 인선은 지금 시점에서 같이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하겠다”고 밝혀 지상욱 원장이 유승민계이기 때문에 유임시키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여연의 여론조사 기능은 사무총장에게 이관된 상태라 그런 불공정성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는데, 사무총장직과 관련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그는 “사무총장 인선이 마무리돼야 다음 인선(정책위의장)을 밝힐 수 있는 구조적 상황”이라고 설명한 데 이어 “정책위의장은 김기현 원내대표가 사무총장 인선이 마무리된 뒤 좋은 분을 추천하기로 해서, 그 의사를 상당히 반영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김 원내대표에 공을 넘기는 모양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앞서 전날 첫 최고위 이후 이 대표를 두둔한 데 이어 “최고위원회의가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였고 환상적인 케미가 이뤄지고 있다”며 당직 인선을 둘러싼 파열음이 나온 데 대해 확대해석엔 선을 그었는데, 이 대표가 그간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 등 여러 경쟁자들과 끝까지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던 만큼 지도부 내에서도 계파에 따라 또 다른 연장전이 벌어지는 것 아닌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