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관계, 美 의식한 文과 여론 의식한 與 대선주자들

文, 도쿄올림픽 맞춰 방일 타진…이재명·이낙연·정세균, 독도 논란 꼬집어 “올림픽 보이콧”

2021-06-11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좌)과 (우측 상단부터 하단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사진 / 시사신문DB, ⓒ청와대

[시사신문/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내달 23일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 맞춰 일본 방문을 타진하고 있다는 일본 측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정작 여당 대선후보들은 도쿄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민영 방송인 NNN은 지난 9일 복수의 한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문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 회담 개최가 어려울 경우 김부겸 국무총리를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는데, 여기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같은 날 G7정상회의에서 일본과 회담할 가능성과 관련 “풀어사이드 미팅 형태의 비공식 회동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밝히기도 할 만큼 문 대통령이 최근 한일관계 복원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강창일 주일한국대사가 11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밝힌 점만 봐도 분명히 읽어낼 수 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강 대사는 문 대통령의 G7정상회의 일정 중 양자회담은 영국, 호주, EU(유럽연합)과 하기로 예정돼 있음에도 “동아사이에서 참가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이니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은 상식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데에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사실상 한미일 3각 협력과 동맹 간의 결속을 강조해오고 있기 때문인데, 이미 문 대통령도 지난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우리 법원 판결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서도 “강제집행 방식으로 현금화된다든지 하는 방식은 양국 관계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렇듯 과거와 달리 문 정부의 대일 강경 기조가 한풀 꺾이면서 관련 사안에 대한 법원 판결 역시 속속 뒤집히는 모양새인데,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은 3개월 전 위안부 피해자들의 승소로 끝난 1차 소송 때와 달리 지난 4월 2차 소송에선 각하 판결을 내렸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신일본제철에 대해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지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달리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은 일본 기업 16곳에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놨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대일 대응이 달라진 정부와 달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부터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문제 등 근래 일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우선 의식한 듯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려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개의치 않은 채 오히려 반대로 일본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당장 여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이 끝까지 (독도 표기 지도 수정을) 거부한다면 정부는 올림픽 보이콧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으며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한층 수위 높은 “나쁜 사람들”이란 표현까지 쓰면서 “올림픽 불참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고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의 상식 밖 태도가 지속되면서 보이콧 검토가 불가피할 만큼 우리 국민들의 요구가 높다.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지사의 주장처럼 여론은 일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의 의뢰로 지난 5~6일 전국 유권자 1009명에게 실시한 도쿄올림픽 보이콧 찬반 여론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에서 응답자의 21.9%만 반대한다고 답했을 뿐 67.6%는 찬성한다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 중 ‘매우 찬성한다’는 답변도 과반인 50.6%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일각에선 여당 대선주자들이면서도 친문, 비문 출신을 막론하고 모두 청와대를 의식하기보다 민심을 더 우선 염두에 둔 입장을 내놓고 있다는 건 임기 말로 접어든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반증한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는데, 일본 문제 외에도 향후 현재 권력과 차기 권력 간 엇박자가 점점 늘어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