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개 속’ 당권 경쟁
羅 “당 대표직, 패기만으론 감당할 수 없다”…李 “젊은 층 지지 영속화하려면 바뀌어야”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20일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 원외 주자들까지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제 국민의힘 당권 도전 후보만 10명에 이르렀다.
◆ 여론조사에서 당권주자 선호 1·2위 다투는 이준석과 나경원
나 전 의원은 불과 얼마 전 4·7재보궐선거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했다가 지난 3월 오세훈 전 시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신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패배의 충격을 딛고 또다시 출사표를 던졌으며 이 전 최고위원은 그간 여러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당직을 맡았던 경력 외엔 ‘0선’이지만 과감히 “당 대표가 되고 싶다”고 외쳤는데, 이런 이력과 달리 이들의 등판이 예사롭지 않게 비쳐지는 데에는 그간의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현재 이들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009명에게 실시한 5월3주차 전국지표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19%, 나 전 최고위원은 16%로 여러 후보군 중 이들만 두 자리수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은 대표 경선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 수가 가장 많은 대구·경북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23%, 나 전 의원은 21%를 기록했으며 대구가 지역구인 주호영 의원은 13%에 그쳤고, 부산·울산·경남 역시 이 전 최고위원이 19%로 1위, 나 전 의원이 14%, 주 의원이 9%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다만 서울에선 나 전 의원이 23%로 선두를 달렸으며 이 전 최고위원은 16%로 나왔고,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당 대표 후보 선호도를 조사했을 경우 나 전 의원이 32%를 얻으면서 이 전 최고위원(23%)을 무려 10%P 차로 앞서고 있어 데이터 상으론 둘 중 어느 누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하기 어려운 형세인데, 일단 지난 18일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전당대회 컷오프 룰을 ‘당원 선거인단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로 이전보다 당원 선거인단 비율을 20%P 줄였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변화가 전대 결과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당 변화’ 한 목소리 속 ‘청년’ 강조한 이준석과 정치력 내세운 나경원
이들은 선두경쟁을 하고 있는 후보들답게 같은 날 오전과 오후에 각각 출마 선언을 하면서 차기 대선 준비 등에 있어서도 각자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려 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는데, 먼저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 회견을 연 나 전 의원은 주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한 듯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거친 항해를 이끌 선장인 이번 당 대표의 책무는 국민의힘은 물론 대한민국 운명마저 결정할 만큼 막중하다. 단순히 경륜과 패기만으로는 결코 감당할 수 없고 지혜와 정치력, 결단력이 요구되는 자리”라고 역설했으며 출마 선언 직후엔 “언론에서 세대교체 등 이런 말하는데 사회가 바뀌고 있다. 생각의 세대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장점인 ‘청년’을 내세웠는데, “젊은 지지층의 지지를 영속화하려면 우리는 크게 바뀌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를 최우선으로 논의해야 하고 자산불평등, 젠더, 입시공정 등 테마는 많다”며 “보신주의에 젖어 틈만 나면 양비론과 눈치 보기로 일관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은 젊은 세대는 경멸한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우리는 다신 진실과 정론을 버리지 않을 것이고 비겁하지 않을 것이며 극단적 주장이나 수단과 완전하게 결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비례대표 절반을 청년·여성·호남 출신에 할당하겠다고 공약했던 주 의원까지 겨냥 “여의도에 익숙하지 못한 어떤 보편적인 청년과 어떤 보편적인 여성, 어떤 보편적인 호남 출신 인사의 가슴이 뛰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그러면서도 정작 나 전 의원을 향해선 다른 초선 후보들처럼 날선 공격을 하기 보다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심지어 이 전 최고위원은 “나 전 의원에 대한 우려는 다소 과장되고 왜곡된 것 같다. 강성 이미지 위주로 비취지는 것은 나 전 의원의 20여년 정치행보 속에서 딱 1년 정도”라며 “당이 어려울 때 투쟁했다는 이유로 강성으로 매도되는 것은 옳지 않다. 김은혜 의원이 나 전 의원의 잦은 출마 이력을 빌미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나 전 의원을 적극 비호하는 모습까지 보였는데, 자신이 선두를 달리는 상황 속에서 자칫 선제 강공에 나섰다간 상대방만 ‘맞수’로 띄워주는 것은 물론 자신의 지지율을 받쳐주고 있는 일반 국민 여론에 부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나온 반응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이날 나 전 의원이 이날 출마 회견에서 ‘4선 국회의원,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과 의정활동으로 쌓은 지혜와 정치력, 소통의 리더십’을 내세운 반면 원내 경험이 약점인 이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나와 “당에서 혁신위원장도 해봤고 최고위원과 비대위원도 해봤고 지속적으로 지역구도 관리하고 있다”며 “원내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당 대표를 맡을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원내 경험이 없고 정치 경험 자체가 없는 윤 전 총장은 우리 당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고 자신의 원내경험 부족 지적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 “윤석열 등 만나겠다”는 羅와 “특정 후보 위해 기다려주지 않겠다”는 李
한편 이번에 선출될 당 대표는 우선 과제인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만큼 대선후보 영입과 관련해 두 사람은 각자 차별화된 주장을 펼쳤는데, 나 전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야권 후보가 될 수 있는 분들 모두를 접촉할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당 대표 자격으로 또 만날 것”이라며 특히 윤 전 총장에 대해선 “양당 정치가 바뀌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국민의힘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에 반해 이 전 최고위원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제가 생각하는 야권 단일후보 선출 모델은 조기 입당 및 합당을 통해 우리 당내 경선에 최대한 많은 주자가 참여하는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합리적으로 정한 기간까지 들어온 모든 소는 공정하게 경쟁할 것이다. 어떤 소도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지만 특정한 소를 위해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윤 전 총장을 만나러 가겠다던 나 전 의원과는 온도차를 보였는데, 심지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서도 그는 같은 날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나와 “합당 문제에 있어선 소값은 후하게 쳐드리겠지만 급조하는 당협 조직이나 이런 건 한 푼도 안 쳐드릴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은 안 대표 개인에 대해선 “(자신이) 싫어하는 티를 내는 것은 사적 영역이고 공적 영역에선 당의 유불리를 따져야 할 것”이라며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안 대표는 대중적 지지가 상당히 있는 훌륭한 대선주자이고 자원인 만큼 꼭 저희 당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끝으로 두 후보는 자신의 약점을 의식한 듯 회견 후에도 서로 다른 지역을 향해 갔는데, 여론조사 지지율은 높지만 당원 등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선 나 전 의원에게 밀린다고 판단한 듯 출마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첫 공식일정으로 우리 당원들이 가장 많은 TK(대구·경북) 지역으로 가겠다. 당심과 민심에 괴리가 있다는 것을 정면으로 부정하기 때문에 가장 낮은 곳에서 행보를 시작해 우리 당원들과 소통하겠다”고 TK행을 천명했다면 강성보수 이미지로 비쳐졌던 나 전 의원은 출마 회견 뒤 첫 일정으로 5·18민주묘지 참배를 위해 광주행을 택했다.
물론 영남이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기반인데다 나 전 의원 지지율도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높게 나오는 만큼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은 그가 이미 전날 방문했었다지만 일반 국민 여론조사 지지율이 과거와 달리 50%로 높아졌고 이를 지금보다 올리려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필요한 만큼 호남행을 통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는데, 그래선지 이날 광주행과 관련해 ‘과거 (보수당 행보를) 반성하는 건가’란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당의 잘못한 점에 대해 내려놓고 시작하는 게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처럼 원외 유력후보들도 본격 등판하면서 국민의힘 당권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신상진 전 의원 외엔 주 의원과 조경태·홍문표·윤영석·조해진·김웅·김은혜 등 그간 원내 출신 주자들 간 경쟁이나 다름없었던 만큼 이들 두 후보의 참여로 당권 경쟁 판세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