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의 반란? ‘청와대 출장소’ 민주당 뒤바뀌나
재선모임서 ‘반성·쓴 소리’ 분출…與 초선들 “靑에 임·노·박 중 1명이라도 ‘부적격’ 권해야”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청와대 출장소’란 비아냥까지 들었던 더불어민주당에서 점차 청와대와 온도차 있는 목소리가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 친문 일색이던 당내 분위기가 변화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1일 민주당 재선의원 비공개 간담회에선 이런 기류가 분명하게 감지됐는데, 조응천 의원은 “마지막 1년이라도 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 대선 전까지 청와대 요청에 따라간다면 대선에 플러스 요인이 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위성곤 의원은 “조국·박원순 문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당이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에서 또 패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위 의원은 ‘조국 사태’에 반성 입장을 내놨다가 강성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문자폭탄까지 받았던 초선 의원 5인방도 거론하면서 “초선 5적이라고들 하는데 그들이 5적인지 아니면 당을 위해 반성한 의적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그들은 의적”이라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서울시당이 외부 조사기관을 통해 서울시 유권자를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한 뒤 내놓은 결과 분석 보고서에는 4·7재보선 주요 패인으로 조국 사태와 부동산 문제 등이 꼽힌 것으로 밝혀졌다.
비단 내부 자성의 목소리 외에도 심지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거취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를 직격하는 발언까지 나왔는데, 김병욱 의원은 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 내용까지 꼬집어 “아쉬웠다. 당 지도부가 대통령과 별개로 결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난 임혜숙 장관 후보자는 여성 후보자란 점에서 보호받아야 할 측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도부에 주문하기도 했다.
또 같은 당 재선인 박용진 의원까지 1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뉴스1 미래포럼 2021’ 강연에 참석해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 기준을 우리가 야당일 때 만들었다. 우리가 내세운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이라면 거둬들이는 게 맞다”며 “대통령께서 거둬들이고 국민 뜻에 따르는 것이 대통령에게 흠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국민이 높이 평가해주리라 생각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여기에 초선의원들 사이에서도 12일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더민초’(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가 최소한 1명이라도 부적격 제안을 청와대에 강력 권고하란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1명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2명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전날 문 대통령이 3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14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한 데 대해서도 “국민 요구라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1명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하겠다”고 응수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도 “이 건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의원들이 우려를 많이 했는데 최고위에 공식적으로 그렇게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초선인 김영배 최고위원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결단해줄 것을 청와대와 지도부에 촉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청와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와 다른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는 데에는 이제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문 대통령과 달리 민주당 의원들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보여주듯 재선의원 간담회 당시 강훈식 의원은 “지역구가 약 250개가 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SNS로만 이야기 듣지 말고 권리당원과 시민들 목소리를 직접 듣자”며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당 대표에 당부하기도 했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에선 이 같은 당내 기류를 청와대에 그대로 전할 방침인데,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12일 최고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소 1명 이상의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전하라’는 초선의원들의 주문과 관련해 “그런 의견도 잘 받아 수렴해야 야당과 협상하고 대화하겠다. 필요하다면 청와대에 여러 집약된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혀 과거와 달라진 당청관계를 보게 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