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에 엇갈린 반응..."사과 하라" vs "과한 요구"

자강론 내세운 김기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윤석열 영입 나설까 김용판 "윤석열, 도끼는 잊어도 나무는 잊지 않는다...'과물탄개'가 먼저" 주호영 "직업상 그런 것" 정진석 "묵은 감정"...권영세 "김용판 개인생각" 대권 노리는 유승민 "윤석열 영입? 너무 이르다...당 쇄신과 변화가 먼저"

2021-04-30     이혜영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사신문DB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유력한 야권잠룡으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의 반응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30일 새로 선출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좋은 대선후보를 골라내고, 그분들이 국민에게서 지지를 받도록 만드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하며 그간 윤 전 총장의 영입 움직임을 보인 것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는 서울대 법대 1년 선후배 사이이기는 하나, 앞서 경선과정에서 '자강론'을 내세우며 윤 전 총장이 범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마주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었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에 대한 당내 의견이 분분한 상황 속에서 그가 야권 흥행의 보증수표인 윤 전 총장의 영입을 시도할 것인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된다고 관측했다.

앞서 지난 28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열며 "억울한 송사에 휘말려들면 그로 인해 입게 되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와 고통은 너무나 커서, 거의 영혼이 파괴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자신이 윤 전 총장과의 '국정원 직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만나 얽혔던 과거사를 소환하면서 "도끼는 잊어도 나무는 잊지 않는다"며 "윤 전 총장이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였다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사과할 일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과물탄개(過勿憚改, 과실을 했으면 즉시 고쳐야 한다는 뜻)의 전환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다만 김 의원은 "현재 야권 대선후보 중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높은 윤석열 전 총장은 정권교체의 기대를 높여주는 소중한 우파 자산이라는 관점에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한다"고 말하며 그를 인정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렇지만 그는 "현 정부가 '내로남불'과 '친문무죄, 반문유죄'라는 말을 낳았는데, 소위 적폐수사를 지휘했던 윤 전 총장은 '친검무죄, 반검유죄'인 측면은 없었는지, 자신할 수 있는가"라며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을 내비쳤는데, 일각에서는 김 의원 뿐 만 아니라 그간 '적폐수사'를 많이 해 온 윤 전 총장에 대한 적개심이 그 뿐만은 아닐 거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 선 인물이며,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데 큰 역할을 했었고, 아직 국민의힘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내부에 많다는 점에서 이는 서막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어차피 앞으로 제기될 문제였기에 공개 사과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과 윤 전 총장의 직무상 본분에 충실하고자 했던 것이기에 사과는 과한 요구라는 입장이 상반되고 있었다.

더욱이 지금 국민의힘의 차기 대선주자가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인데다가 윤 전 총장이 차기 범야권 대표주자로 나서게 될 경우의 수도 높은 만큼 굳이 그를 공격하여 흠집을 낼 필요가 있느냐에 대한 점도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재판 오판이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직업상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 윤 전 총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다만 주 전 원내대표는 "일반적으로 공직에 오래 계신 분은 공직 수행 과정에 있었던 결정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 입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정진석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검사 윤석열은 자신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한 것"이라며 "묵은 감정은 정권교체의 큰 강물에 씻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사 윤석열에게 수사했던 사건들에 대해 일일이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좁쌀에 뒤웅박을 파는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권영세 의원도 '더 좋은 세상으로' 마포포럼에서 "사심없이 객관적으로 수사했다는 것을 밝히고 행동으로 보이면 되지, 반성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윤 전 총장을 두둔했다.

한편 이날 유승민 전 의원은 대구시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으며 "이번 대선에 제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끝까지 노력해 야권 전체의 단일 후보가 되고 싶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영입에 대해 "윤 전 총장이 어떤 길을 걸을지는 모르겠지만 제1야당이 쇄신하고 변화하는 것이 먼저다"면서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른것 아니냐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즉 윤 전 총장이 입당에 반대 입장으로 그의 입당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뜻한 만큼 윤 전 총장의 입당을 견제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대권을 노리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이용했던 것과 같은 수순으로 윤 전 총장을 이용해 대권을 얻으려는 대권주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