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법사위원장에 정청래 아닌 박광온 내세운 이유는?

보선 참패로 野 법사위원장직 요구 커지자 온건파 앞세워

2021-04-29     김민규 기자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 시사신문DB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국회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당초 점쳐졌던 정청래 의원이 아니라 박광온 의원을 내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29일 국회 브리핑에서 “원내 지도부가 박 의원을 법사위원장에 내정했다. 선수와 나이를 고려한다는 당의 관례에 따라 3선의 박 의원에게 제안했고 본인이 수락했다”고 밝혔는데, 지난 19일만 해도 ‘친문 핵심’인 정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법사위원장을 맡으면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나. 정청래는 법사위원장 맡으면 안 된다는 국회법이라도 있느냐”라고 글을 올린 적도 있었던 만큼 예상외의 결과란 시선도 없지 않다.

반면 정 의원은 2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에서 하라면 하는 거고 하지 말라면 못하는 거라고 난 이미 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항상 선당후사 했던 것처럼 이번 당의 결정도 쿨하게 받아들인다”며 박 의원을 향해선 “개혁입법의 기관차가 되어 달라”고 축하 인사를 전했고,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날 오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쿨하게 인정한다’는 글을 올렸지만 “제가 ‘조선(일보)의 바람’대로 되길 원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조선의 바람’대로 된 것 같다. 조선 축하드린다”면서 보수언론에 일침을 가했다.

다만 정 의원은 이번 결과에 내심 아쉬웠던 듯 지지자들이 보내준 난초 화분 사진도 올려 “여러분들 낙심이 큰 거 잘 알고 울분과 응원메시지도 많이 온다. 이것 또한 당의 현실이니 어쩌겠나”라며 “당원과 지지자분들이 보내준 화분의 의미를 깊이 새기겠다. 굴하지 않고 문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민주당이 장고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야당의 반발을 우선 감안했다기보다 ‘강성’ 인사로 꼽히는 정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내정했을 경우 또다시 일방 독주한다는 부정적 인상을 여론에 주게 될까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원내대표조차 친문 핵심 인사인 윤호중 의원으로 당선된 상황 속에서 국회 요직인 법사위원장까지 친문 핵심 인사가 차지할 경우 대선까지 1년도 안 남은 시점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우선한 것으로 비쳐지는데, 이번에 내정된 박 의원은 정 의원과 달리 당내 온건파로 꼽히고 있어 법사위원장직을 달라는 야당의 요구엔 선을 그으면서도 이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인선을 하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박 의원도 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이던 국정자문기획위원회 대변인 출신인데다 지난해 당 사무총장을 맡는 등 친문 인사로 분류되고 있기는 한 만큼 이른바 정부여당의 ‘개혁입법’ 처리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고 보궐선거 승리를 계기로 다시금 법사위원장직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에선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지난 재보선에서 민심이 더난 이유를 민주당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여당에 경고했던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29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선 협의 없이 여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는데, 결국 박 의장도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가 30일 선출되기에 추후 원 구성에 대해 여야 조율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5월 첫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과 국회 운영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주 권한대행도 박 의장과의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내달 7일까지 협의를 계속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 선출 안건을 상정해 표결 처리하려 했던 민주당은 설상가상으로 자당 소속인 최혜영 의원의 보좌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까지 받으면서 본회의를 비롯한 국회 의사일정이 순연돼 뜻대로 풀리지 못하게 된 상황인데, 비록 야당이 법사위원장 문제를 다음 달로 미루는 데엔 성공했지만 여전히 의석수에서 밀리고 있는 만큼 이를 둘러싼 양측 신경전이 어떤 결말을 맺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