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불참 밝힌 북한, 연일 ‘일본 비판’ 나서…노림수는?
美 “北 불참, 코로나 때문”…日 마이니치 “한미일 흔들기 가능성”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북한이 도쿄 올림픽 불참을 지난달 25일 결정하고도 열흘 뒤인 지난 6일에 발표한데다 그동안 일본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는 점에서 올림픽 불참 결정에도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일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를 꼬집어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저들의 침략사를 왜곡, 미화 분식하고 합리화한 내용들로 들어차 있다. 일제가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 시기 감행한 범죄행위 등을 없애거나 모호하게 표현하였으며 ‘독도 영유권’ 주장을 기술했다”며 “뿐만 아니라 일제의 대륙침략을 문명과 번영을 가져다 준 진출이라고 표기했다. 그릇된 역사 교육을 통해 후예들에게 군국주의 망령을 주입시켜 대동아공영권의 옛 꿈을 기어이 실현해보려는 음흉한 술책”이라고 일본을 비판했다.
여기에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 역시 ‘일본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란 기사를 통해 “일본의 영토팽창 야망, 역사왜곡 행동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가를 보여주는 단편적 실례”라고 일본을 질타했고,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을 밝힌 지난 6일 트위터에서 일본의 고등학교 사회교과서 검정 결과를 꼬집어 “점점 더 노골화되는 일본의 역사왜곡 책동에 온 민족이 분노한다”고 일본을 직격했다.
그러다보니 일본에선 코로나19로부터 선수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의 북한의 올림픽 불참 결정 역시 의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일본 위성방송 BS닛테레에 출연해 북한의 도쿄 올림픽 불참 발표에 대해 “일방적인 발표를 듣고 있을 뿐”이란 반응을 내놨으며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아예 7일자 기사에서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표명을 한미일 흔들기 아니겠느냐는 해석까지 내놨다.
특히 마이니치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지난 2019년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데다 새로 취임한 바이든 미 행정부 역시 구체적인 대북정책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실제로 대회를 대화 계기로 삼아 미국과 한국, 일본과의 외교 교섭을 할 환경이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북한의 도쿄 올림픽 불참 배경에 대해 분석했는데, 다만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엄중한 대응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별 다른 정치적 해석은 내놓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참여국 중 처음으로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불참을 표명함에 따라 자칫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기류가 조성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일본에선 북한의 결정에 의심 어린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북한의 번복 가능성에도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그래선지 스가 총리는 지난 6일 일본 위성방송 BS닛테레 프로그램에서 북한의 방침 변경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그런 일이 몇 번 있었다”며 북한이 불참 결정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일단 도쿄 올림픽을 남북, 미북 간 대화 계기로 삼으려던 우리 정부에서도 번복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고 있어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올림픽은 세계 평화의 제전인 만큼 앞으로 시간이 남아있으며 북한이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는 북한의 올림픽 불참 결정이 조선중앙통신, 로동신문 등과 같은 주요 매체가 아니라 체육성 홈페이지에 게재됐다는 점에서 번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인데, 하지만 일각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양국 친선 강화를 강조하는 구두 친서를 보냈다고 지난달 2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점이나 지난 5일엔 베트남의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에게 양국 친선협조 관계 발전을 바라는 축전을 보낸 점 등에 비추어 사회주의권 국가들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과거의 냉전구도로 회귀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중국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 역시 로이터통신, CNBC 등에 따르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을 동맹국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었는데, 비록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해당 내용을 밝힌 언론 브리핑 직후 “베이징 올림픽 관련해 발표할 사항이 없다”고 발언을 번복하기는 했지만 현재 중국과 밀착하고 있는 북한 역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그를 따르는 동맹국들을 겨냥해 올림픽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은 거두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2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데 대해 스가 일본 총리가 비판했었던 점을 꼬집어 7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이것은 우리의 자위권에 대한 노골적인 부정인 동시에 난폭한 침해로서 절대 스쳐 보낼 수 없다. 우리의 국방력 강화조치는 외부세력의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며 “일본이야말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엄중히 위협하는 장본인의 하나”라고 맞대응하기도 했던 만큼 도쿄올림픽 불참이 사실상 보건상의 이유라기보다는 정치적 결정 아니었느냐는 여론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