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배달’ 슬로건 등 과도한 배달시간 제한
쿠팡 측 “1 대 1 배달 방식으로 오히려 안전”

▲ 라이더유니온이 16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 정해놓은 배달 완료 시간이 내비게이션 시간보다 짧아 이를 지키기 위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사신문DB

[시사신문 / 임현지 기자] 쿠팡이 쿠팡이츠 라이더들에게 과도한 배달제한시간을 강요하는 등 사고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고가 발생해도 배달 완료를 먼저 걱정하며 배달 시간 준수 여부를 통해 라이더에게 평점을 부과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배달 근로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16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 정해놓은 배달 완료 시간이 내비게이션 시간보다 짧아 이를 지키기 위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쿠팡은 그동안 라이더들을 ‘약속 시간 내 도착률’ 항목 등을 통해 평점을 관리해 왔다. 평점이 낮은 라이더들에겐 배차를 주지 않았다. 현재는 삭제돼 있지만 실제 평점 기준을 알 수 없고 고객평가항목도 있어 라이더들이 시간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쿠팡으로 주문한 고객에겐 라이더의 도착 예상 시간이 표시된다”며 “예상시간을 초과한 경우 고객 평점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더들은 무엇이 평점에 영향을 미치고 언제 배차 제한에 걸리는지 알 수 없으므로 쿠팡에 종속된 상태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라이더유니온이 공개한 쿠팡 라이더 커뮤니티 글을 보면 ‘홍은동에서 충정로역까지 10분을 주더라, 내비로 13분인데’, ‘신호고 뭐고 쏘고 가면서 오천 원 벌자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오늘만 시간 초과 2건 했다’, ‘내비로 25분 나왔는데 배달시간은 20분 줬다. 위험하다’ 등의 내용이 게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쿠팡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의무가 규정돼 있고, 이를 토대로 한 안전보건규칙에는 ‘산재를 유발할 만큼 배달시간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

이들은 또 쿠팡이 배송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라이더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통사고 발생 시 쿠팡은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 

실제 배송 중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사고가 났으나, 음식값은 라이더가 물어낸 사례도 있다. 사고가 나서 쿠팡에 알리면, 사측은 ‘음식은 괜찮은지’, ‘고객에게 알렸는지’ 등을 되물어왔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라이더유니온은 “라이더들은 산재보험에도 가입돼있지 않다”며 “사고 시 음식 값뿐 아니라 치료 및 요양비 역시 온전히 라이더 본인의 몫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더들은 이 같은 쿠팡의 행태가 쿠팡노동자 과로사와 코로나19 집단감염 등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라이더들을 위험 속에 방치하는 만큼 배송·물류 노동자의 안전보건에도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들은 “현재 쿠팡은 물류센터에 대한 일종의 땜질식 처방을 내놓고 있는 상태”라며 “등록자 2만 명이 넘는 쿠팡라이더에 대한 즉각적인 안전보건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11시 30분께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쿠팡 관계자에게 ‘쿠팡이츠 대화요청서’를 전달했다. 박 위원장은 “협의 테이블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타 배달 애플리케이션과는 달리 쿠팡이츠가 1대  1 배달 방식으로 오히려 라이더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다른 배달앱의 경우 라이더들이 한 번에 3~4건의 주문을 처리하지만, 쿠팡이츠는 한 건의 주문을 완료한 후 다음 주문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본지에 “처음 주문 한 고객은 자신의 주문과 관계없는 식당 음식 픽업이 이뤄진 후에야 자신의 주문 음식을 배달 받게 된다”며 “고객은 식은 음식을 받을 확률이 높고, 라이더의 경우 첫 주문 고객의 음식을 픽업한 채로 다른 식당을 들려 배달에 나서기 때문에 시간에 쫓겨 과속 등 위험한 환경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츠는 배달 기사들이 위험한 환경에 처하는 방식을 바꾸고 고객들이 배달음식에 만족할 수 있도록 배달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