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지분 20% 강화되면 경영권 승계 ‘먹구름’

▲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는 정의선 부회장으로 업계는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를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지배구조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아 대책마련에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내정자는 지난 18일 간담회에서 “이제 순환출자가 총수일가의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그룹 하나 뿐이다”고 말하면서 지배구조 개선 1순위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재벌개혁 추진을 위해 먼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방안이 먼저 추진 될 것으로 보여 대표적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위반 대상의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상장회사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율 요건(30%)을 비상장회사(20%)보다 높게 설정하다보니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 규제망을 피해가면서 실효성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 강화되면 정의선 부회장 지분 매각 ‘암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중 현대글로비스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30%에 달한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규제망을 피해 총수 지분율을 30%보다 9주 부족하게 지분을 보유 29.99%로 맞췄다.


2001년 설립 당시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40.15%), 정의선(59.85%) 부자가 100%의 지분을 출자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넘었다. 현재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은 각각 23.29%, 6.71%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커지면서 90%에 달하는 현대차, 기아차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 매출에서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비중은 70%가 넘고 거래액은 10조8151억원에 달한다.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율 30%을 기준으로 산정하므로 현대글로비스는 규제대상에서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을 총수일가 지분 30%이상에서 20%이상으로 대폭 확대되면 총수일가 사익 편취 대상에 새로 포함되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현대글로비스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연관이 있어서다.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는 정의선 부회장으로 업계는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를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포함되면 정 부회장이 소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럴 경우 현대차 경영권 승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현대글로비스의 지분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사업의 다각화로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부거래 다시 증가 경영권 승계 ‘지렛대’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계열사의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 13조9220억원, 2015년 14조6712억원, 지난해 15조3406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7287억원을 기록, 7000억원을 돌파했다.

 

매출증가는 내부거래가 이끌었다. 현대글로비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8조2620억원(기타수익거래 제외)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 7조8236억원과 비교해 4400억원 가량 늘었다.

올해 1분기만 놓고 보더라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작년 분기대비 1억1천만원 증가했다. 1분기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물류부문에 올리고 있는데 현대차그룹 계열사로부터 물류업무 상당부문을 위탁받은 결과다. 물류비용을 아끼기 위한 이유라는 게 이유지만 최대주주가 정의선 부회장이다 보니 물류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에는 경영승계를 위한 실탄마련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다.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선박관리회사 유수에스엠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판매량 부진이 이어지면서 현대글로비스 실적에서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외형 확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현대글로비스의 사업 영역은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종합물류와 자동차 부품을 담당하는 CKD, 상사 및 중고차 경매를 담당하는 기타 부문으로 나뉜다. 때문에 유수에스엠을 인수한다면 종합물류 매출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는 2013년 ‘2020년 해상운송사업 비전’을 선포하고, 70척인 선박 대수를 2020년까지 500척으로 확대하고, 해운 사업 매출 목표도 현재의 2조원에서 4배 이상 성장한 8조원대를 올려 세계적인 해운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3108억원을 선박에 투자한데 이어 올해는 355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인수에 성공할 경우 현대글로비스의 외형성장을 토대로 정 부회장의 경영승계의 지렛대 활용폭은 더욱 커지게 되는 셈이다.

저작권자 © 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