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G유플러스, 자회사 통해 알뜰폰 시장 진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3분할해왔다. SK텔레콤이 50%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KT 30%, LG유플러스가 20%가량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약간의 시장 점유율에 변동이 있기는 했지만 수년간 이 비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3년 전에 태동한 알뜰폰이 시장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알뜰폰은 어느새 시장 점유율 이 6%를 돌파하며 10%를 향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처럼 알뜰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동통신3사 또한 저마다 알뜰폰 고객을 잡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어 기존에 알뜰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CJ·태광 등과 일전을 벌일 태세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알뜰폰 시장을 마뜩치 않게 생각하던 이동통신3사가 알뜰폰 시장에까지 진출하면서 중소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NVO)은 중소기업 죽이기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 알뜰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시장 점유율 6%를 넘었다. 이 때문에 가입자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이동통신3사 중 이미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있는 SK텔레콤을 비롯해 KT와 LG유플러도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뉴시스

이통3사 알뜰폰 시장도 ‘싹쓸이’?

2014년 5월 말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5546만7771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보다 많은 수다.

SK텔레콤은 2779만1651명으로 시장 점유율 50.1%로 이동통신에 가입된 이들의 절반 이상이 SK텔레콤을 이용하고 있다. KT는 1671만1306명을 확보, 시장 점유율 30.1%였다. LG텔레콤은 1096만4814명으로 시장 점유율은 19.8%였다. 목표였던 20%는 넘지 못했다.

이처럼 이동통신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5:3:2의 구조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통3사는 1%에 목이 말라 있는 상태다.

SK텔레콤은 과점 업체라는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51% 확보가 중요하다. 현재 SK텔레콤은 50%를 간신히 넘기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칫 시장 점유율 50%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KT 또한 SK텔레콤과 별반 다르지 않다. 30%를 간신히 넘긴 30.1%인 상태에서는 20%대로 시장 점유율이 떨어져 2위가 아닌 LG유플러스에 추격을 당하는 통신사라는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어 당장은 안정적인 30%대 시장 점유율이 필요한 상태다.
LG유플러스는 매월 시장 점유율 20%를 바라보고 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이른바 5:3:2의 비율을 맞추고 2위인 KT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장 점유율을 20%를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이통3사는 그동안 신경을 쓰지 않았던 알뜰폰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5월 말 현재 알뜰폰 가입자는 총 333만2871명이다. 이 시장 역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순으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SK텔레콤은 156만4306의 가입자를 확보해 시장 점유율 46.9%이다. KT는 149만1056명 시장점유률 44.7%로 SK텔레콤과 격전을 벌이고 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27만7509명으로 8.3%에 그치고 있어 SK텔레콤, KT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초 정부당국의 이동3사 영업정지 기간 중에 가장 많은 번호이동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알뜰폰 시장에서는 큰 재미를 못 봤다. 만약 알뜰폰 시장에서 선전했다면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20%를 넘기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도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뼈아픈 이유다.

이통3사는 현재의 시장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알뜰폰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미 SK텔링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서 영업력을 발휘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자회사인 KTis와 미디어로그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알뜰폰 시장 후발주자인 KTis와 미디어로그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미래부는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50%로 제한했다.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있는 중소업체를 위해서다.

또한 미래부는 이통3사의 자회사들은 반드시 중소 알뜰폰 업체의 단말기와 유심(USIM)을 구매 대행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 알뜰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CJ그룹 계열의 CJ헬로비전(왼쪽)과 태광그룹 계열의 티브로드를 비롯한 중소 알뜰폰업체들은 KT와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시장 진출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헬로모바일 ⓒ티브로드

위기 맞는 중소 알뜰폰 업체

SK텔레콤의 자외사 SK텔링크 외에 KT와 LG유플러스도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동안 SK텔링크만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면서 그나마 고객들을 확보하기가 쉬웠지만 나머지 이통2사가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당장 대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자체적인 통신망을 확보하지 않고 이통3사의 망을 임대해서 쓰기 때문에 현재에도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근본적으로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과도한 보조금 문제로 이통3사들이 영업정지까지 제재까지 받으며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알뜰폰 시장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열약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KT와 LG유플러스가 자회사를 통해 시장에 뛰어들 경우 자신들이 확보했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알뜰폰 시장 초기부터 이통3사의 시장 진출을 반대해 왔었다. 현재는 더욱 심하다. 3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알뜰폰 시장이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인식이 됐고, 시장 점유율도 커지면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KT와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기정사실화 한 만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알뜰폰 업계는 정부가 알뜰폰 시장에 이제 막 진입한 KT와 LG유플러스가 빠른 시간 안에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 불공정행위를 벌일 수도 있다며 정부의 강력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이 혼탁해질 우려가 있다. 이미 이통시장에서는 보조금을 놓고 서로 물고 뜯고 하고 있지 않은가. 알뜰폰이 일반 스마트보다는 저렴하지만 간혹 비싼 제품도 없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교묘한 방법으로 보조금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정부는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몇 차례 문제가 발생하면 시장에서 퇴출시킬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야 알뜰폰 시장도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당국은 지속적인 불공정거래 모니터링과 함께 이통3사의 시장 점유율 상한제를 통해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이통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입할 경우 지금보다 더 철저히 매월 가입자 수를 조사할 것이다”라고 전제한 뒤 “이통3사 자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49%에 이르면 자동으로 영업정지를 시킬 예정이다. 그 사이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고객을 더 확보해 이통3사 자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내려가며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 알뜰폰업체들이 우려하는 시장 독점 현상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있는 SK텔링크의 시장 점유율은 16% 정도이다. 중소 알뜰폰업체들 중 10% 넘는 곳들도 몇몇 있을 만큼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KTis와 LG유플러스가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을 급격히 늘리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중소 알뜰폰업체라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작은 규모의 회사는 아니다. 이들이 빠른 시간 내에 사업을 확장할 수만 있다면 이통3사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통신망 이용대가를 현재보다 더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신망을 갖추지 못한 알뜰폰업체로서는 망 이용대가가 가장 많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망 이용대가가 낮아져 음성은 분당 42.21원에서 39.33원으로, 데이터는 메가바이트(MB)당 11.15원에서 9.64원까지 인하될 예정이지만 알뜰폰업체들은 좀 더 낮은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 알뜰폰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불러 모으고 있지만 이동통신3사에 비해 멤버십을 비롯한 다양한 부가서비스 기능이 약해 일부 소비자들은 이 같은 약점을 해결해야만 알뜰폰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시스

가격 장점 살리고 AS 강화해야

알뜰폰 시장이 시장을 빠른 속도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저렴한 단말기 가격과 함께 다양한 요금제 때문이다. 여기에 별도의 가입비도 없다.

알뜰폰 사용자들의 대다수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휴대폰이 있어 전화를 걸고 받는 기능만을 요구하는 사용자들이다. 이외에 스마트폰의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노년층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최신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요금제는 몇 천 원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휴대폰의 기본적인 기능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가격을 절반으로 내리는 경우도 흔하다.

LG유플러스 알뜰통신사업자인 스페이스네트는 ‘반값세이브45’라는 요금을 선보이고 있다. 월 4500원의 기본요금에 음성은 초당 1.8원, 문자 1건에 15원, 데이터는 MB당 51.2원에 사용할 수 있다.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휴대폰 사용자들에게는 무척이나 저렴한 상품이다.

CJ헬로비전은 기존 이통3사와 맞먹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출시했다.

‘조건 없는 무한수다 USIM LTE 45’ 요금제는 원래 월 7만3700원(부가세 포함)의 요금으로 망내·외 통화 무제한, 메시지 무제한, 데이터 5GB를 제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기본료를 2만420원 할인해 주고 있다. 결국 월 49500원에 음성통화·메시지 무제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사용할 만한 스마트폰이 별로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 단말기 제조사들과 협의를 통해 최신 스마트폰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 단말기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고 외산 휴대폰을 선보일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최근에 선보인 요금제는 기존 이통3사들의 제공하는 서비스와 동일하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 때문에 고객들의 반응도 괜찮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해외업체와 제휴를 통해 외산 휴대폰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이렇게 되면 단말기도 다양하게 라인업 할 수 있어 경쟁력을 좀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알뜰폰업체들이 가격과 서비스를 한층 더 강화해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후 서비스가 이통3사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3개월 전에 알뜰폰에 가입한 임문순(62·여) 씨는 최근 전화기가 전파를 수신하지 못해 며칠간 전화를 걸고 받지 못했다.

가입회사에 문의 해봤지만 원인을 찾기가 힘들었다. 임씨는 인근 기지국에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를 문의했지만 알뜰폰업체에서는 이름과 집주소, 연락받을 수 있는 전화번호 등을 알려주면 KT에 문의해서 기지국이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알뜰폰업체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임씨는 다른 방법은 없느냐고 재차 문의했지만 알뜰폰업체는 자신들은 망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우선 근처에 있는 단말기 서비스센터에 갈 것을 권유했다.

나중에 확인된 사실이지만 단말기가 USIM칩을 인식하지 못해 발생했던 사고였다. 임씨는 멀쩡히 있던 USIM이 어떻게 고장이 날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곧바로 알뜰폰업체에 휴대폰을 보내 USIM을 초기화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임씨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만을 생각해 알뜰폰에 가입했지만 사후 서비스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럴 바에는 일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며 “알뜰폰업체가 단순히 가격적인 측면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저렴하지만 충분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만족감이 들 수 있도록 사후 서비스를 갖추는 것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부 알뜰폰 사용자들은 알뜰폰이 저렴한 가격으로 매력적일 수도 있지만 기존 이통3사에서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나 제휴 할인 등의 부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알뜰폰이 싼 것만은 아니라며 알뜰폰업체들이 지금보다 많은 가입자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휴를 통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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