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리어 증후군 - 너무 젊고 아름다운 꽃이 떨어질 때

존 에버렛 밀레이(Sir John Everett Millais - 1829~1896)Ophelia(1851~1852)oil canvas, 76.2 111.8cmTate Britan London 소장나 죽거든 사랑하는 이여....나를 위해 슬픈 노래 부르지 말아요그리고 내 머리맡엔 장미도 그늘 짓는 사이프러스 나무도 심지 말아요나를 덮을 푸른 풀이나 소낙비와 이슬방울에 젖게 해주세요그리고 기억하고 싶으시면 기억해 주시고 또 잊고 싶으시면 잊으세요난 그늘을 보지 못하고 비도 느낄 수 없을 거예요나이팅게일이 고통스러운 듯이 노래하는 것도 나는 듣지 못할 거예요그리고 뜨지도 지지도 않는 황혼 속에서 꿈을 꾸다가어쩌면 나는 기억될 거고 어쩌면 잊혀질 거예요...........................크리스티나 로제티 한 소녀가 숲 속 한가운데 놓은 어두운 샘물 위에 떠있다. 음습한 숲 속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이 곳에 그녀가 있다. 이미 숨을 거둔 그녀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흘러가고만 있다. 순결한 사랑을 맹세했던 햄릿에게 버림받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아버지 콜로니우스를 살해당한 오필리어. 그녀는 결국 누구의 편도 들지 못한 채 정신 분열을 일으키고 물 속에 뛰어들어 짧은 생을 마감한다. 많은 문학가들과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오필리어. 그녀는 상대적으로 ‘요절’이 주는 아스라한 느낌과 젊고 아름다운 꽃이 채 시들기도 전에 깨끗이 떨어져 버리는 ‘낙화’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채 피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다양하게 열린 가능성이 죽어갈 때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빅토리아 시대의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19세기 중엽 영국에서 일어난 예술운동으로, 라파엘로 이전처럼 자연에서 겸허하게 배우는 예술을 표방한 유파. 문학과 성경의 상징을 그림에 접목시켰다. 감상적인 화풍이 특색이다)의 대표적 주자였던 존 에버렛 밀레이는 오필리어가 죽음을 맞는 그 순간의 극적인 표정을 포착한다. 독할 정도로 푸르른 숲 속 가운데 무방비하게 놓여있는 시체. 그 시체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하얀 피부는 실핏줄을 그대로 비추고 반쯤 열린 눈과 입술은 죽음과 접했을 때 느낄 수 있다는 음산한 ‘절정’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우리는 금기시되어 있던 시체에게서 아름다움과 애정을 느끼는‘시체애호증’을 발견하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내밀한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다. 생명이 없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아무런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하기에 내 마음을 오해하지 않는 여성. 어쩌면 화가는 <오필리어>를 통해 ‘죽었기에 더욱 아름다운’모순을 그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젊음, 아름다움과 죽음. 이 세 가지 주제는 세상의 모든 예술가들을 자극시키는 매력적인 소재이다. 오필리어가 늙어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트처럼 변하기 전 깨끗이 죽었듯이 우리도 가끔은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많은 이들의 눈 앞에서 사라지길 희망한다. 최절정의 순간에서 홀연히 은퇴하며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만 기억해주길 바라는 여배우들을 유별나다고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시드는 것은 금새 잊혀진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은 영원히 남는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어>는 그렇게 푸른 물 속으로 흘러가면서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사라지자고 속삭인다.
저작권자 © 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