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문화

우리들은 자그마한 희망이 있답니다. 어른들과 세대간 격차를 좁혀나가기 위해 우리도 어른의 눈높이 시각을 갖고 바라보려고 노력하니 어른들도 우리 아이들의 젊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10대들은 자신들을 몇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범생이’는 공부만 하는, 그래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다. 또 범생이 파에서도 최근 입시 위주의 체제에 순응하고 동조하는 파와,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지만 학교 밖이나 사이버 공간에서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이 영역을 확보해 놓은 파로 나뉘기도 한다. ‘중간’은 공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는 아이들, ‘양아치’는 잘 놀지도 못하면서 노는 척 하는 아이들, ‘날라리’는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노는 것 하나는 확실히 하는 아이들이다.범생이들범생이들의 삶을 한번 들여다보자. 어두운 밤, 여기 저기 모여있는 아침 등교 모습 그대로의 교복차림의 아이들이 엄청난 숫자의 셔틀버스에 올라탄다. 이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만감이 교차한다. 학교를 다녀와서도 또 하나의 다른 학교인 학원에서 늦게 까지 강의를 들어야 하는 이들. 이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혜택은 고작 학원가의 문화 일수밖에 없음이 안타깝다. 학원가의 문화라 해봐야 PC방, DDR, 오락실이 전부이기에 그러하다. 그래도 범생이들 중에 사이버공간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문화활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그나마 문화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양아치 또는 날라리학교 안의 갑갑함 때문에 또는 공부가 싫어서 가출하는 아이들은 어떠한가. 대학로의 마로니에공원, 각종 쉼터와 사회복지시설등의 아이들을 만나면 바로 그들의 은어를 들을 수 있다. '깔- 남자친구' '콩까다-성 관계하다' '짭새-경찰' '후다-성 관계 경험이 많은 여성'을 지칭하는 식이다. 10대들의 가출은 이제 사건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징후라고 할 수 있다. 눈치 빠른 십대들은 ‘대학가면 다 된다’는 식의 낙관론이 이미 효력을 상실했으며, 그렇다고 독자적인 미래에 대한 가꾸어 가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지배하는 것은 또래들과 어울려 ‘꼴리는대로 하면서’ 재미있게 현실을 즐기자는 식의 문화이다. 10대 아이들은 ‘깔의 형태’를 빌려 물주를 그리고 일회적 놀이로 성을 즐긴다. 그러다 보니 10대 미혼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한번 문제아는 영원한 문제아’라는 식의 어른들의 낙인찍음은 10대들의 도피적 저항 문화 생산을 야기 시키는 큰 요인이 된다. 이러한 문제는 ‘집과 학교를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수단으로서 가출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이들이 잠시동안의 가출이 될 수 있도록, 또 더 나쁜 어른들의 술 문화로 들어가지 않도록 쉴 수 있는 쉼터와 같은 시설들이 더 친근하게 이들에게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청소년을 위한 공간기존의 청소년 공간에는 어학, 체육, 정보, 문화, 다양한 강좌가 있다. 또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회와 영화 상영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청소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우리의 청소년은 너무나 바쁘고, 바쁘지 않으면 청소년으로 봐주지 않는 날카로운 시선 때문에 그들의 공간을 이용하질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들을 이용해 청소년들이 쉽게 다가가서 함께 어울려 그들의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