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강행 유감"

<성명> 7월 1일 청계천복원사업 착공에 즈음한 시민사회단체 입장시민사회단체들이 연합하여 7월 1일 착공된 청계천 복원 공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론적으로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공사가 너무 일찍 강행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으며 착공르 감행한 서울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미 시작된 공사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희망적인 대안으로 올바른 청계천 복원을 위한 감시와 개입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시민 단체들의 성명 전문을 개재한다.수많은 우려에도 불구, 착공 강행 유감올바른 청계천 복원을 위한 감시와 개입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서울의 역사, 생태, 문화를 되살리는 대역사인 청계천복원사업 착공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청계천복원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기본계획이 발표된 이후, 청계천이 지속가능하고 가장 바람직한 모습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생태, 교통, 역사 문화, 생존권 등 각 분야별로 많은 문제제기를 하여 왔다. 또한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보다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서울시가 제시한 청계천복원 전체 계획과 세부 대책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으며, 주변 상인을 비롯한 시민들의 동의와 참여가 미흡한 상황에서 7월 1일 착공을 강행하는 것은 오히려 청계천복원의 본래 의의마저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우리는 서울시가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복원계획과 대책을 보완한 후에 공사에 착공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서울시는 우리의 요구를 거부하고 7월 1일 착공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미흡한 사전 계획, 부족한 시민합의를 우려한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 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각 분야별로 청계천 복원 계획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완을 요구하였지만 서울시는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공사가 시작되는 현재까지 서울시는 이번 대역사로 청계천과 주변 지역이 어떻게 바뀔 지에 대한 확실한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제시한 것은 7월 1일 공사 착공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선전물들과 화려한 복원예상도 몇 장뿐이었다. 서울시는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를 통하여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이해당사자들의 요구 사항들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고 확실한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채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1) 우선 하천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용수 공급에 있어, 한강 원수와 중랑하수처리장의 재처리수를 끌어와 사용한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여전히 자연형 하천 복원이라는 목표에 부합되지 않는다. 역사 복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광통교와 수표교 등 일부 문화재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청계천과 주변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문화재 원형 복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뚜렷한 그림이 없는 상황이다. 주변지역 재개발과 관련해서는 용적률, 개발방식, 개발이익 환수문제 등 핵심 사안에 대하여 이제야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가 도심일반상업지역 용적률 상향시키는 조례개정을 추진한 것을 보면서 우리는 서울시가 청계천 주변을 저밀도로 개발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2) 복원공사와 관련하여 제시되고 있는 각종 대책들은 여전히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교통대책의 핵심으로 제시하였던 동북부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내년으로 연기되는 등 많은 대책들이 처음 계획보다 연기되거나 축소 변경되었다. 지금은 서울시민들이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사실상 서울시가 제시하는 유일한 대책이다. 최근 서울시와 주변 상인들의 협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상인 대책 또한 착공 이후로 미뤄졌고, 노점상들은 공식적으로 대화조차 하지 못한 채 거리투쟁에 나서고 있다.(3) 7월 1일 착공은 절차상에서도 많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국토계획법에 따른 도시기본계획 변경은 편법으로 진행되었고, 착공 이전에 이루어졌어야 할 환경영향평가는 착공이후로 미루어져 사업에 대한 환경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하지 못하고 사실상 사업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서울시는 10월경에 지금까지 제기되어 온 여러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세부계획을 내어놓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선계획 후개발'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먼저 착공부터 해 놓고 문제점을 공사 중에 해결하겠다는 '선개발 후계획'의 형태로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서울시 스스로가 복원사업의 절차가 편법임을 시인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앞뒤가 뒤바뀐 상황 속에서 서울시가 청계고가 철거공사가 시작된 후 미흡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청계천은 시장 개인의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것이어야 한다청계천복원 계획이 내용이나 절차상에서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7월 1일을 착공시점으로 잡은 이유에 대해 우리는 이명박 시장 개인의 공명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한다. 또한 복원 계획의 부실과 시민들의 합의 부족으로 초래될 모든 부정적 결과와 충돌들은 이명박 시장의 책임임을 분명히 한다.서울시는 서울시민의 압도적 다수가 청계천 복원에 찬성하며 과반수 이상이 복원공사로 인한 교통불편을 감내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용의가 있다는 여론조사를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그러나 그것은 자랑이 아니라 서울시가 더욱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다. 서울시민들이 그토록 염원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을 이명박 시장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착공하고 이명박 시장의 임기 내에 마친다는 일정으로 일방 추진하겠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청계천은 시장 개인의 것이 아니라 모든 서울 시민과 국민의 것이 분명하듯, 청계천 복원 착공도 시장 개인을 위한 잔치가 아닌 서울 시민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토록 내용이 미흡하고 절차가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서울시는 무리한 계획과 일정을 추진함으로서 시민들의 불편과 희생을 가중시키고, 청계천 상인들, 노점상, 이들과 연관되는 업자들은 생존권마저 위협 당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올바른 청계천 복원을 위한 원칙과 절차를 다시 요구한다.따라서 우리는 향후 청계천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다음의 내용들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서울시에 요구하며, 이러한 요구사항들이 제대로 시행되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다. (1) 먼저 하천복원을 진행함에 있어서 생태적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하천법에 근거한 하천정비기본계획이 충분한 공람기간과 시민의견 수렴을 거쳐 수립 확정되어 실행하는 선계획-후개발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또한 유지용수 공급에 있어서 인위적으로 한강원수나 중랑천 고도처리수를 끌어쓰는 방식을 반대하며, 청계천의 지천 복원과 빗물 활용도를 높여 최대한 자연유량을 확보하고 에너지 이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단기계획이 수립되어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간헐천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방안을 마련하여 시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2) 문화·역사를 복원하기 위하여 그 핵심인 광통교와 수표교의 원형을 보전하며, 청계천과 그 일대를 문화벨트화하는 방안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또한 한국의 산업화 과정의 명암이 교차된 청계천 일대에 60∼70년대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들의 삶을 대표했던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기념관 건립 등을 통해 청계천의 한 시대를 조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3) 주변지역 재개발은 중·저밀도의 개발을 추진한다는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도심부의 고밀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신규 건축물의 용도 및 용적률을 제한하는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산업간 연관관계를 고려하여 이전 및 재입지 이후에도 급속한 대규모 재개발로 인한 연관업종이 쇠퇴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4) 교통대책은 먼저 착공 후 2주 동안 실시되는 통제기간 중에 교통흐름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현재 제시된 대책들을 보완하여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서울시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내용인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대하여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를 실현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합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청계고가 철거는 청계천 복원을 위한 출발임을 확인한다.우리는 청계천 복원의 대의에 찬성하여 왔다.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복개되어 우리 눈에서 사라졌던 청계천이 다시 흐르게 하는 일은 생명을 살리라는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인간의 무지와 개발욕구에 의해 뒤로 밀쳐져 있던 서울의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다시 되살리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청계천복원 착공이 서울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축제가 되기를 누구보다도 간절히 바랬다.서울시민의 축제여야 할 착공식을 축하하지 못하는 우리의 심정은 참담하다. 착공을 하루 앞둔 지금, 우리는 청계천복원사업 착공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다시 한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이 서울을 다시 살리는 큰 걸음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비록 현재의 착공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사업이 서울의 미래를 위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우리는 앞으로 청계천복원 과정이 그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복원사업 전반을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분야별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다. 올바른 청계천복원을 바라는 시민사회단체는 청계천 복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복원되는 청계천이 지속가능하고 그 목표에 합당한 모습이 되어 서울시의 품격을 높이고 시민들의 자랑이 되는 그 날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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