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잇따라 선보이면서 '문신 열풍' 확산

최근 '문신'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제 문신은 조직폭력배를 상징하는 것이 아닌 일반인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기호가 되고 있다.가수 베이비복스 멤버인 김이지의 등에 새긴 화려한 문신과 축구선수 안정환이 부인에 대한 사랑의 징표로 팔에 문신을 새겨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여름을 맞아 노출이 늘면서 화장의 일종인 문신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 급속히 전파를 타며 확산되고 있다.그러나 불법 문신 시술업체가 기승을 부리는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한편, 병역 면제를 받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새겨 사법당국에 적발돼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다. 성의학자에 따르면 최근 젊은 층에게 각광받고 있는 문신과 피어싱, 보디페인팅이 넓은 의미에서 화장에 속한다고 한다. 피부를 조작해서 이성에게 성적 매력을 발산하기 위한 도구라는 점에서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문신은 원래 종교적 상징이나 죄수를 단죄할 때 사용됐다. 조선시대에 도둑에게는 '도(盜)'를, 장물아비에게는 '와주(窩主)' 라는 글자를 팔에 새겨 넣었다. 당시 대표적 탕녀로 꼽히는 어우동은 자신과 관계를 맺은 남성의 이름을 자신의 몸에 모두 새기기도 했다. 이런 풍습을 '연비'라고 불렀다. 문신은 페이스 페인팅, 스티커형 문신, 헤나, 영구적 문신 등으로 분류된다. 페이스 페인팅은월드컵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태극무늬나 축구공 무늬를 얼굴에 그려 절정을 이뤘다. 스티커형 문신은 단시간에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픈 부위에 갖다 붙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언제든지 지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시적 문신인 헤나는 보디 페인팅의 일종으로 전혀 아프지 않으며 2주 정도 지나면 자연적으로 없어진다. 이에 반해 영구적 문신은 침을 이용해 염색약을 피부에 넣는 방식으로 병원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시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연예인들 잇따라 '문신' 선보여가수 베이비복스의 멤버 김이지와 심은진이 올해 초 태국에서 풀잎 모양의 문신을 매니저와 함께 새겼으며, 캔의 이종원과 배기성은 지난 4월 LA의 샌타모니카 인근에서 팔뚝에 문신을 새겼다. 이종원은 왼팔에 고대 문양을, 배기성은 오른팔에 용 문양을 그려넣었다. 이들과 동행했던 소속사 사장도 오른팔에 독수리 문양의 문신을 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안정환 선수는 반지 세레모니에 이어 문신 세레모니를 선보여 부인에 대한 사랑을 이같이 표시했다.연예인들이 잇따라 문신을 선보이면서 이를 지켜보는 젊은 여성들은 '멋있다' '이쁘다' 면서 문신 시술 업체들을 찾아나서고 있다. 불법 문신 시술로 8억 챙겨문신이 각광을 받게 되면서 이를 악용하는 시술업체나 병역 기피자들이 생겨나고 있어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경찰청은 눈썹과 입술 등에 화장용 색소를 넣어 문신화장을 불법 시술한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H협회장 백모(43)씨 등 2명을 구속하고 P호텔 미용실 대표 김모씨(57·여) 등 5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경찰에 따르면 백씨 등은 서울 부산 등에 5개의 본사를 두고 최근까지 교육생 230여명에게 1인당 350여만원씩 모두 8억여원을 받고 문신화장술을 가르치면서 밀수한 국소마취제와 문신성형기기를 판매한 혐의다. 김씨 등도 2300여명에게 눈썹 등에 문신화장을 시술하고 5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눈썹과 속눈썹은 20만∼50만원, 입술라인은 50만원, 입술 전체는 80만∼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미용실을 중심으로 시술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관련학원만 100여개에 달한다. 경찰은 "연예인들이 화장을 안 해도 예뻐 보이는 이유가 문신화장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술을 받으려는 젊은 여성이 늘고 있다"며 "이들에게서 시술을 받은 인기 연예인이 7, 8명이다"고 말했다. 또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시술할 경우 불법이며 시술 과정에서 각종 병균에 감염될 수도 있고 피부나 신경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지난 8일 충남지방경찰청은 병역 면제를 받기 위해 등에 용 문신을 새긴 구청 공익요원 이모(23)씨 등 현역 입영 기피자 53명을 검거, 28명을 구속하고 1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3명은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2월 1차 신체검사에서 현역 입영 판정을 받자 같은 해 5월 등에 용 문신을 새긴 뒤 9월 재 신검에서 4급 판정을 받아 현역 입영을 면제받은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1차 신검에서 1-3급 판정을 받아 대부분 현역 입영 대상이던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문신을 신체에 새긴 뒤 재신검을 요청해 4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인장이 부르는 게 값오프라인상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문신'에 대한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다음(DAUM) 카페엔 문신 관련 카페만 400개가 넘는다. 다른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문신'을 입력해도 관련 정보가 수백 개가 떠오른다.회원수가 3천4백명이 넘는 다음 카페 '눈썹문신*수정'은 비공개 카페로 바뀌어 주인장에게 가입 메일을 보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카페 가입자들은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예약을 서두르고 있다. 카페주인인 '메이크업 퀸'에게 시술 부위와 가격, 장소를 문의하면 부위별 가격과 시술장소가 적힌 E메일이 온다. 카페주인은 질문을 한 당사자에게만 부위별 시술가격을 메일로 알려주기 때문에 다른 회원들은 가격은 물론 시술 결과조차 알 수 없다. 현금결제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카페주인이 부르는 게 값인 셈이다. 문신 부작용을 병원을 찾는 이들 대부분은 문신 부위가 부풀어오르는 켈로이드 현상을 보이거나 세균 감염으로 피부가 곯는 고통을 호소한다. 이에 전문의들은 현행법상 이같은 행위를 불법 의료행위라고 간주, "불법 문신은 간염, 메독, 에이즈를 옮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법상 부정 의료 행위를 한 사람에게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과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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