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세상에 홀로 순수한... 그녀, 생존의 방식

전쟁같은 일상 속의 안티고네 그녀, 생존의 방식 <안티고네 전쟁 속을 가다> -"우리는 싸우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연극 안티고네 중 <오이디푸스가 죽자 이스메네와 함께 테베로 돌아온 안티고네는 왕권계승을 두고 다투는 두 오빠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를 화해시키려 한다. 그러나 폴리네이케스가 에테오클레스를 공격하여 결국 둘 다 죽게 되고, 그녀의 외삼촌 크레온이 왕위를 차지하게 된다. 왕이 된 크레온은 폴리네이케스를 반란군에 대한 처절한 응징의 모델로 세우고 강한 왕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사체매장을 허락지 않고 짐승의 밥이 되도록 하라는 포고령을 내린다. 안티고네는 그러나 끈질기게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매장을 시도하다 크레온에게 붙잡히고 결국 처형당하기 전에 목매 죽는다. 그러자 그녀를 사랑한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도 칼로 자결하고 이 사실을 안 크레온의 아내 에우리디케도 자살하게 된다.> 부정한 세상에 홀로 순수한..... 한달 전부터 오는 6월 15일까지 대학로 마로니에 소극장에서는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졸업생들이 주축이 되어 창단된, 극단'여행과 꿈’의 고대 그리스 비극작가 소포클레스의 희곡<안티고네(B.C 441년 고대 그리스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초연)>을 각색작품, <안티고네, 전쟁 속을 가다>가 공연되고 있다. 프로이드가 인류의 생리적 잠재본능이라 주장하며, 학설로 체계화시킨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학술용어로 친숙한, '근친상간과 존속살해'라는 비극적 신화의 주인공- 오이디푸스. 그리고 그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바로 이 '안티고네'이다.소포클레스 원작의 <안티고네>에는 들판에서 썩어 가는 시신을 매장하려는 안티고네의 반항적 행동을 통하여, 인간의 법과 신의 법 사이의 충돌과 진정한 정의와 삶의 존재 방식, 실존적 선택, 삶을 관통하는 운명에 대한 아포리즘이 담겨있다. 이 작품을 통해 소포클레스는 신과 인간, 국가와 개인의 모순된 경험과 충돌을 통해 운명과 현실이라는 부조리의 비극적 진리를 제시하며 과연 무엇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를 강력하게 호소한다. 극 중 안티고네는 개인의 양심을, 크레온은 국가, 혹은 우리시대 모든 억압된 체제와 인간의 존재를 파편화, 수동화하는 막강한 시스템을 상징한다. 안티고네는 인간을 정치적인 단위의 일원으로 환원해버리는 크레온의 편협한 합리주의, 독재적인 물질주의, 즉 상대적인 인간의 법령에 반해 혈연 관계의 신성함, 애정의 가치, 개인의 특수성 및 영원한 법칙, 기록되어 있지 않은 신들의 법칙을 끌어내 타협을 거부하고 죽음이라는 절대를 취한다. 극단 '여행과 꿈’이 공연 중인 본 작품 <안티고네, 전쟁 속을 가다>는 '인간의 법보다 신의 법이 더 높으며 자신은 '더 높은 법을 바랄 뿐'이라고 소리치는 안티고네'를 전쟁이라는 극한 부조리적 시공 속으로 던져놓는다. <안티고네>는 이 극에서 '전쟁'으로 상징되는 현실적 권력에 대해 '예'라고 답하는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다'고 외치며 살아갈 것인가, 즉 야생마가 될 것인가, 혹은 속은 두려움과 스스로 만들어 놓은 제약들에 갇혀 굴복을 강요하는 권력자가 될 것인가' 에 대한 대답을 기다린다. 인간이 아무리 개개인으로서의 인간이 바른 길을 가려 해도 우리는 21세기 들어 두 번이나 명분없는 전쟁을 경험해야 했다. 이러한 비극적 딜레마 속에서 안티고네는‘정의’에 대해 논한다. 이러한 저질적 세계를 조롱하는 존재가 바로 그녀, 안티고네다. 안티고네가 진정한 삶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비겁한 사회에 대한 반항과 주체적 결단의 의미를 지닌 안티고네의 죽음으로, 권력과 체제의 완전한 무지와 허위성을 깨닫게 된 크레온은 비로소‘문서화 되어있지 않은 신의 법’을 스스로 체험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에게 그녀는?......... 막이 내리기 전, 죄수처럼 체인을 감고 걸어가는 크렙튼 왕이 등장한다. 인생과 권력, 질서, 안정과 권위라는 가면을 쓰고있지만 사실 그는 순수한 열정을 두려워하며, 치장으로 둘러 싸여있다. 묵중한 체인소리와 함께 '당신의 생존방식은 어떠한가'라고 질문하는 목소리는 관객들 모두를 실존이라는 저울에 올려놓은 듯한 불편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관객들로 하여금 딱히 어느 한 '생존방식'의 손을 들어 완전한 승리를 선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은 안티고네에 대한 경외와 더불어 크레톤의 삶의 무게와 비애, 또, 시간과 세태의 조류에 무상하게 휩쓸려 가는 우리들 자신의 처량한 자화상에의 연민과, 타인의 생존방식을 이해하는 성숙된 시선을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 여행과 꿈/ <안티고네 전쟁속을 가다> 일정: 6월 15일까지 장소: 대학로 마로니에 소극장 정순영 기자 jsy@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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