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진실한 그 무엇

문학 동네 소설상 수상작 전경린의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에는 저마다 과거의 기억을 안고, 현실 세계에서 안주하지 못한 체 무언가를 간절히 갈구하고 있는 소위 문제적 인간들이 등장한다. 태인의 젊음을 건 신념- 마르크시즘, 사슴처럼 목이 길어지는 이나의 태인에 대한 기다림, 자아 존재 확인으로서 생에 단 한번이라도 사랑 받고 싶은 정수의 열망, 절망 끝에 기다려온 운명적인 사랑으로 재생하는 서현의 모습으로.제목'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는 80년대에 대한 후일담 문학으로서의 작품의 중의성을 내포한다. 시대에의 미련으로 조금은 미안한 듯, 회한이 담긴 반추와 고별 인사, 인물들의 어두운 분위기로 당시 80년대의 투영들을 느낄 수 있다. 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는 우리 시대의 가치 부재, 혼란된 신념에의 회의에 맞서, 치열한 열정의 순수로 채워졌던 나날들을 부등케 잡고 싶은 욕구도 함축 표현되어, 00학번 세대들에게는 80년대를 간접적으로나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으리라. 이들은 방황 속에서 자신들이 아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응시하여, 좀 더 진실된 생을 향해 다가갈 수 있는 행보로의 희망적 메시지를 계시처럼 획득하고 있는데, 이는 새삼스럽게도 결국은 '주변에 대해 '겸손한 참 사랑'이 부족했다'는 명제에 대해 후회하는 것이다. 밤사이 비명횡사한 고양이들의 주검이 널려 있는 국도에 서 있는 이나의 모습으로 맞게되는 마지막 장면은, 생을 가로지르려는 열망으로 밤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그들 혹은 우리들의 운명을 처연히 돌아볼 수 있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나의 삶의 재성찰로서의 '글을 쓰는' 창작 행위로의 결말은 어둠의 깊이를 반동으로, 승화된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일상적 삶에의 천착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화두" - 그것이 슬픔과 집착으로 인두처럼 고통스럽게 상처를 남기며 뜨겁게 지질 지라도- 를 지녀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일상에 안주한 체 살아가는 우리 독자들은 책을 덮으며 생을 더 사랑하라는 선고를 내릴지도 모른다, 상처받음을 두려워 말고 한번뿐인 생을 진지하게 앓고 난 뒤 찾아오는 치유의 환희를 통해, 생의 자비를 체감하고 인간 심연의 한계영역들을 한 단계씩 깊은 천착으로 탐구해가라고, 그리하여 결국은 선한 인간애를 획득하여 겸손한 성숙을 일궈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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