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카타르시스, 여자들의 유토피아를 만나다>

진정한 아름다움과 평화 Oh! Peace Korea! "여성에 대한 세뇌된 고정 이미지가 없어지고 모든 여성들이 개성대로 당당히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보였다. 특정성의 일방적 환타지를 특정성에게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행태를 '아름다움'으로 수용하길 요하는 세뇌화를 거부한다"미스코리아 대회의 여성 상품화, 대상화, 수치화를 반대하며 여성의 다양한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변모시켜온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이 지난 10일 오후 남대문 메사 팝콘홀에서 열렸다. 다섯 돌을 맞은 올해 행사의 캐치프레이즈는 전쟁과 성폭력 등 세상의 모든 폭력의 광기를 몰아내고 연대와 관용이라는 여성주의적 평화의 씨앗을 뿌리자는 의도에서 'Oh! Peace Korea'가 채택되었다. 이날 행사장은 행사시작 전부터 발 딛을 틈 없이 많은 남녀 평화주의자들로 성황을 이루었고 취재열기는 뜨거웠다. 하나의 신명난 굿판 무대에 오른 첫 출전자인 이라크 여성 무나씨는 "한국의 어린이날, 파괴된 탱크 옆에 있을 고국의 아이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강자인 그들이 힘없는 자들의 살생무기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더 무서운 살생무기로 죄없는 너희들을 죽여버린 것에 대해 어떤 명분을 찾을 수 있겠니? 너희들의 상처가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겠지만 새로운 이라크를 위해 노력하자."고 때론 흐느끼며 때론 단호한 목소리로 고국의 동포와 가족에 보내는 편지와 기도를 낭송해 공연장을 숙연케 했다.여성계 올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호주제'는 고은광순, 이유명호, 오한숙희 등 대표적 '여성계 전사'들이 직접 분한 패러디 풍자극을 통해 인권을 짓누르는, 폐기돼야 할 폭력의 기제로 자리매김되었다. 이들 '여성정치인 경호본부' 팀은 <검사스런 토크쇼>를 통해 "딸이라고 낙태를 시켰다면 낙태한 년이 죄지? 왜 호주제를 들먹여~ 유식한 척 떠드는 것들"이라고 연설을 늘어놓는 '검사스런' 그들에게 "남자들은 남자들만 씨앗이 있는 줄 착각하지만 한 줄기 혈통이란 있을 레야 있을 수 없는 아집과 극단적 이기주의의 억지"라고 꼬집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악법 호주제에 대해 "인간은 원래 자신의 성씨를 물려주려는 욕망이 있고 이를 전제로 민족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옹호하는 그들에게 이들은 '당신들이 말하는 인간의 역사에 여성이 존재했었는가? 언제부터 우리민족 역사에 여성을 포함시켰던가? 라는 커다란 물음표를 던져놓는 것이다."오빠 나 알지? 여기 한번 와봤잖아."로 시작된 성매매의 폭력과 위선을 고발한 1인극, <그 여자의 비상구>를 선보인 대학신입생 장강혜령씨(20세)는 "모두의 냉대, 결국은 늪에 빠져 질식해 갈 뿐이야. 나를 지독히 사랑해서 구타로 길들이고 곁에 두려했던 남자친구는 채무가 쌓이자 단돈 500만원에 내 인생을 팔아 사창가에 넘겼어. 내 인생은 그대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짓밟혀졌어. 나의 가치와 존엄을 파괴하고 조롱하던 세상, 하늘은 내가 아닌 당신들을 비웃고 있다."라며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산물인 '성매매'에 내포된 모순을 고발했다.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의 이상이 구현된 공간 <꿈꾸는 벌집나무>는 알코중독으로 습관성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피해 도망친 이른바 가출소녀들이 "사실 수치심에 찌들게 하는 집보다 이 곳 쉼터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고백하는 내용의 영상물이었다. 그들에겐 이 목소리가 발언하고픈 진실인 것이다.어째서 생리대가 남자들의 몇 일 동안 감지 않는 머리, 때묻은 손톱보다 더 더럽고 수치스러운 것인 것일까? 이해하기 힘든 횡포다. 이러한 사고를 전제로 한 연극<류씨스트라테>는 전쟁을 일으키는 남성세계에 대해 이를 반대하는 여성들이 '그대들이 평화라고 생각하는 못된 행동, 즉 '피를 보고자 하는 저들에게 매달 생리를 시키자'는 유쾌한 결론을 내린다는 내용. "피를 보지 못해 날뛰는 전쟁광인 그들이 생리를 시작한다는 것은 생명을 잉태하는 존엄한 능력을 확득함과 동시에 이에 수반된 고통을 통해 생명의 존엄을 이해하게 된다는 의미이기에 이들은 "매달 함께 해요. 당신의 월경을 축하합니다"고 진정한 축하를 보낸다. 여성을 비하는데 왜곡된 불경스러움이 성스러움으로 전복되는 카타르시스의 순간인 것이다.신문희씨 등 중앙대 정치외교, 신방과 학생들로 구성된 <성형클론>은 "남자들은 제 얼굴은 전혀 생각도 않고 여성들을 외모로 점수화하지. 유아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까지 못생긴 선생님이라고 무시할 땐 정말 살고 싶지 않은 수치심이 밀려와. 결국엔 성형수술을 하려 병원에 오게되었지만 이렇게 억지스럽고 폭력적인 사회에 맞춰 내 정체성과 자존을 포기해야한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고 맘 아프고 스스로에게 좌절과 열등감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고 전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일방의 성에게 강요되고 있는 우리사회 성형수술문화는 과연 '자의적인 것인가, 타의적인 것인가, 혹은 굴욕적인 강제성을 띈 고문인가? 에 대해 재고하게 해주었다. 지극히 군사적인 우리사회에서 소외, 무시당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여성들의 평화운동에 동참해 "전쟁, 군사주의, 그리고 가부정적 이데올로기 폭력에서 비롯된 차별과 대세와 다른 소수자들을 비정상인으로 치부하는 획일화를 거부하며 다름에 대한 인정과 포용을 요구한다."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비폭력적인 한국사회'라는 안티미스코리아의 이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모두 행복한 잔치 한마당이날 행사를 관람한 정지희(20,가톨릭대 사회복지학)씨는 "오늘 공연이 놀라웠다"며 "여성에 대한 고정 이미지가 없어지고 모든 여성들이 개성대로 당당히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보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행사가 종료된 시점에서 안티~ 주최측의 홈페이지에는 '확 전쟁이 나서 과격 페미년들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써놓은 여성들의 간절한 소망에 대한 완전한 몰이해를 자랑하는 게시물들도 올라오고도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미인'이란 남성들의 욕구충족을 위해 구성된 일종의 신화다. 안티미스코리아는 피해의식 혹은 이기주의에 찌든 못생긴 여자들의 한풀이, 자기위안의 편협한 몸부림이 아니다. 왜곡되지 않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모든 인간의 존엄함과 평등을 노래하는 행사인 것이다. 보이지 않는 제약과 차별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났을 때 밀려오는 카타르시스. 이것이 바로 유토피아로 가기 위한 첫째가는 필수조건인 것은 아닐까? 안티미스코리아의 정신은 궁극적으로는 휴머니즘이고, 인류 공동의 성숙한 자유, 평등을 기원하는 인권 존중과 평화 정신이다. 하지만 안티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아직도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인류 절반이 다음 축제 땐 더 나아진 환경에서 더 마음껏 웃을 수 있기를, 나이가 안티 미스대회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정순영 기자 jsy@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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