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예쁜 노래로 가득한 첫 음반 내놓아

남녀 혼성 듀오 플라스틱 피플플라스틱 피플은 메리 고 라운드 출신의 김민규가 윤주미와 팀을 이룬 혼성 포크 록 밴드. 둘 다 보컬을 맡고있어 듀오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김민규는 기타를, 윤주미는 독특하게도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정식으로는 듀오로 구분되지만 음반 녹음 및 공연에서는 메리 고 라운드 시절의 동료 도은호가 베이스 세션을 맡고있어, 실질적으로 트리오로 봐도 크게 무리는 없다. <플라스틱 피플>은 4월 중에 나올 예정인 정규 음반에 앞서 일종의 '맛보기'로 선을 보이는 EP다."어떻게 보면 정규음반의 b-side 성격의 EP를 먼저 내놓게 된 것이 순서가 뒤바뀐 아니냐는 느낌이 있지만, 플라스틱 피플 스타일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전통 수공업 방식의 자가제작 EP를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 피플의 설명이다.짧지만 아름답고 복고적인다섯 곡에 총 수록 시간이 15분이 채 안 되는 이 EP는 '서정적'이라는 단어가 바로 떠오른다. 이 음반의 노래들은 썩 맑고 곱다. 게다가, 플라스틱 피플의 음악은 좀더 '복고풍'에 가깝다. '무서운 이야기', '흔히 있는 일', '여백' 등 이 음반에 수록된 노래들은 전반적으로 윤주미의 담백하고 꾸밈없는 보컬과 청명한 톤의 기타가 잘 어우러진다. 김민규의 보컬도 평법한 듯 부담이 없다.극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노래들은 없지만, 느릿느릿 듣는 이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노래들이 참 많다. 흩어지지 않고 방향감이 있는 음반 이 음반의 전체 구성은 통상 몇 곡 들어가지 않는 EP의 특성을 벗어나, 치밀한 방향감을 갖는 특징이 있다. 즉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시작하여, 점차 내면으로 침잠하는 톤으로 노래들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앞으로 나올 이들의 정규 음반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이러한 방향성이 플라스틱 피플만의 '독창성'으로 정착될지는 아직 미지수이기도 하다. 이 EP만으로는 플라스틱 피플을 이끄는 김민규가 예전에 몸담았던 메리 고 라운드의 흔적을 말끔히 떨쳐버렸다고 보기엔 다소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인상적인 여성 보컬, 서정성이 강조된 곡 분위기 등).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플라스틱 피플이 자아내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아스라한 분위기에 폭 젖어드는 게 이 음반에 대한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사실 이 정도로 소박하고 예쁜 음악을 만나는 것도 흔치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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